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훈 Mar 06. 2017

LOGAN

늙은 병사의 노래

듣기만 해도 쓸쓸해지는 조니 캐시의 ‘Hurt’와 함께 상영됐던 예고편부터 햇살 속에 끝나던 결말까지. 로건이 건드리는 건 노병(老兵)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다. 평생 싸워온 사람이 별 볼 일 없어졌을 때 우리는 과연 그를 존경하게 될까, 아니면 무시하게 될까.

이번 편은 굉장히 단순한 스토리를 담은 아주 복잡한 에피소드다. 


물론, 누군가는 예고편이 전부라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것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예고편만 보고서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도저히. 


문제는 이런 것이다. 본편을 보고 난 뒤에도 뭣 하나 제대로 설명되는 것이 없다. 본편에도 해답은 없다. 그저 단서들만 등장할 뿐. 심지어 그것도 아주 불편하게 영화적으로 설명되는 대신, 연극적으로 대사 속에서만 설명된다. 다 보고 나면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간다. 이 과정은 노인의 회고담과 같다. 아, 그 때 그랬었지, 왜 그랬을까, 할 수 없었던 거지, 그게 인생이지… 라고 읊조리는.


영화의 배경은 2029년. 절대로 죽지 않을 것 같았던, 늙지도 않던 울버린이 늙고 약해진 모습으로 다리를 절며 등장하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다. 이제 세 개의 발톱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억지로 하나를 잡아 빼내야 길이가 맞춰지고, 진 그레이 앞에서도 멀쩡하게 회복하던 회복력 또한 몇 대 맞은 상처조차 제대로 회복시키지 못할 정도로 약해진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는 이유는 찰스 자비에 교수 때문인데, 찰스는 치매에 걸린 상태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염동력 뮤턴트라서 통제되지 못한 상태로 능력을 쓰면 주위 사람들을 단번에 죽여버릴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취급을 받는 상황.


그리고 소녀가 등장한다. 사실 영화는 그게 전부다. 뒤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고편으로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그 일이 벌어진다. 예상했던 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디테일들이었다. 손을 떠는 로건, 주름 가득한 로건의 모습은 17년 동안 이 시리즈에 젊음을 바쳐 오면서 늙은 티조차 낼 수 없었던 휴 잭맨의 맨 얼굴이었다. 함께 이 영화를 끝으로 시리즈에서 은퇴하는 찰스 자비에 교수 역할의 패트릭 스튜어트는, 평생 변한 적이 없었다는 체중을 20파운드나 억지로 감량했다. 늙고 지쳐 죽어가는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그래서 이 영화는 늙음에 대한 영화다. 화려했던 모든 시절이 이제 그냥 옛 일이 되어버린 남자들의 마지막 마무리에 대한 영화. 젊음은 이 영화에서 지켜야 할 소중함이지만, 그 뿐이다. 사랑, 우정, 명예, 정의처럼, 젊음이란 그저 추상화된 목표일 뿐이다. 오히려 영화가, 배우들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생존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늙고 노쇠할 때까지 살아가는 것일까. 움직이지도 않는 육신을 마지막까지 쥐어짜내는 것일까. 


이 질문은 영화 내내 수없이 변주된다.


찰스는 로라가 로건에게 특별하니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로라는 로건을 점점 아버지처럼 여기면서 반항한다. 로건은 유일한 소원이 죽는 것이라는 듯 살아가고, 심지어 영화 속의 가장 중요한 영화는 셰인이다. Now you run on home to your mother, and tell her... tell her everything's all right. And there aren't any more guns in the valley. 이 대사는 셰인의 마지막 장면이자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동시에 쓰인다. 그러니까, 영화는 계속 한 지점을 얘기한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고, 늙는다는 것은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