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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Jan 01. 2018

이해할 수 없어

Cars 3

아마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이해할 수 없어”라는 소리를 듣는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바꿔 말해서 나도 내 뒷 세대를 “이해할 수 없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 테고. 토이스토리 3편에 쏟아졌던 찬사들과 지나치게 대조될 정도로 극단적인 악평을 들어야 했던 이번 편이었지만, 뒤늦게 본 입장에서는 솔직히 왜 이렇게 혹평을 들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트닝 맥퀸은 나이가 들었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밀린다. 아무리 노력해 봐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맥퀸을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퀸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달려보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록키 발보아처럼. 과연 이런 발버둥이 먹힐 수 있을까.


이하 스포일러



https://youtu.be/E4K7JgPJ8-s

영화를 보는 내내 알고 있었다. 트레이너 크루스 라미레스는 실제 레이싱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철부지 트레이너였고, 맥퀸은 자기 훈련에만 관심이 있는 나이든 철부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조금씩 둘이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일들이 생긴다. 맥퀸은 자신도 모르게 실내훈련장 바깥에서 제대로 달려본 적도 없었던 크루스에게 모래밭 주행 요령을 가르치고, 크루스는 철부지 맥퀸을 어른으로 만들어 간다. 맥퀸이 배웠던 드래프트는 닥 허드슨의 전매특허였는데, 맥퀸에게서 크루스로 전해졌고, 마지막 장면에서 해소되는 맥거핀이었던 닥 허드슨의 360도 회전은 스모키(닥의 멘토)의 입을 통해 맥퀸과 크루스에게 전달된다.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지혜,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자 주제다.


그리고 악평들도 동시에 이해가 간다. 주인공이라는 라이트닝 맥퀸은 단 한 번도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하지 못한다. 늙어서 안 되는 것은 도전해도 안 되는 것이다. 크루스 라미레스는 젊은 라틴계 여성이다.(이름도, 액센트도, 행동도) 백인 남성들이 주름잡는 현실 속 레이싱 세계를 영화판에 투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불편한 설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뭐. 이건 영화인데. 애니메이션인데. 물론 폴 뉴먼의 죽음과 함께 애니메이션 속 닥 허드슨이 사라져 버린 일도 있지만,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에 실제 세계의 불공정함까지 투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실 영화가 좋았다고 말을 하는 입장이지만, 나도 이번 연휴 때 독감에 걸린 아이와 편하게 집에서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내가 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고 지나갔나 싶었는데, 딱 이 영화 개봉 당시에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개봉했다. 아이와 함께 스파이더맨을 보러 갔으니... 건너뛰었을 수밖에. 그러면 그 다음에라도 보러 갈 수 있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 다음주에는 ‘덩케르크’ 개봉. 아내와 번갈아 아이를 보면서 각자 극장에 다녀왔다. 그러는 사이 영화는 흥행에서 별 기록을 세우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려오고...


하지만 누가 뭐래도 역시 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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