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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하책방 Apr 30. 2022

성녀(聖女) - 스테판 말라르메

詩와 나무




옛적에 플루트나 만돌린과 더불어

반짝이는 그녀의 비올라의

도금이 벗겨진 오래된 비단목을

감추고 있는 창문에, 

옛적에 저녁 예배와 만도(晩禱) 때면

넘쳐 나던 성모 찬가의

오래된 책을 펼쳐 놓고

보여 주는 창백한 성녀가 있어 

섬세한 손가락뼈를 위하여

천사가 저녁 비상으로 

하프를 퉁기는

성체현시대 같은 창유리에 

오래된 백단목도 없이

오래된 책도 없이,

악기 날개 위로 손가락을 놀리는

침묵의 악사가 되어  



 「성녀(聖女)」
    스테판 말라르메 詩集『오후의 목신』(민음사, 1974, 김화영 譯)   



À la fenêtre recélant

Le santal vieux qui se dédore

De la viole étincelant

Jadis flûte ou mandore

 

Est la sainte pâle, étalant

Le livre vieux qui se déplie

Du Magnificat ruisselant

Jadis selon vêpre complie:

 

À ce vitrage d'ostensoir

Que frôle une harpe par l'Ange

Formée avec son vol du soir

Pour la délicate phalange

 

Du doigt que, sans le vieux santal

Ni le vieux livre, elle balance

Sur le plumage instrumental,

Musicienne du silence.  


Stéphane Mallarmé 「Sainte」from <L'aprês-midi D'un Faune>   



詩와 音樂 


말라르메의 詩에는 음악이 흐른다. 폴 베를렌이 그의 詩에서 가을날의 긴 흐느낌의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보들레르가 오보에를 연주하는 동안, 말라르메는 고전주의 시대의 악기들을 그의 시들에 올려놓는다. 본래의 제목이「게루빔 천사의 날개로 연주하는 세실리아 성녀(Sainte Cécile jouant sur l'aile d'un Chérunbin)」였던 이 시는 '옛 노래의 이미지(Chanson et image anciennes)'라는 부제가 함께 붙어 있었다.  

오늘 시인이 바라보던 오후의 햇살을 지우고 있던 음악은 플루트와 만돌린과 비올라의 합주가 있었던 오래된 음악, 고전주의 음악이다. 종교적 양식에 따른 기능적이고 정형화된 그 음악을, 시인은 '시'라는 예술로 승화시키려 한다. 낡아버린 오래된 음악을 걷어내고 날개가 된 악기가 날아간 허공에 손가락으로 연주를 하는 음악을, 그래서 노래가 사라지고 악보가 사라지고 빛이, 자연이 음악이 되고 노래가 되는 그 정점, 그리고 그것은 곧 '시'가 되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전주의 음악이 후에 드뷔시가 바그너주의로 극복을 하고 음악의 우위가 다시 극복될 때까지, 19세기 문화의 찬란한 격동의 시간 속에서 말라르메는 시가 추구해야할 이상을 극복을 음악에 두고 있었다. 마치 미술을 색과 형태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모더니즘 미술가들이 음악을 가장 이상적인 예술로 추구했던 것처럼 존재론적인 절대성을 위해 언어의 자율성을 획득하고 그 언어들이 선율이 될 때 시는 음악을 극복하고 범위없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공간이든 시간으로든 한없이 날아가 우리의 마음에 날아와 앉을 수 있는 자유, 음악성의 현현, 마지막 연의 침묵의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가 되는 시인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것은 쇼펜하우어의 관념론식 예술체계에서 가장 우월한 가치들이다. 하지만 낡은 음악을 넘어선 새로운 시를 이야기한 말라르메도 새로운 음악에 대한 또 다른 변증의 시절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시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음악을 넘어서서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래서 음악이 시가 되고 시가 음악이 되는 대립이 아니라 합일의 가치로 존재하는 거룩한 예술의 끝에 상징으로 남아야 할 것이 무언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고민의 한 켠에서 시인은 어느 늦은 오후 낡은 교회에 앉아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늦은 오후의 햇빛,  찬란하게 교회를 가득해우는 빛 안에서 울려퍼지는 성모찬가의 거룩한 노래. 그리고, 시가 그 노래를 그려나가는 몽상. 그 꿈이 비록 허무한 관념론에 기대야하지만 그것은 시인에게 새로운 미학이 되었을 것이다.   


音樂과 詩 


그의 뜻대로 말라르메의 시들은 당대의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주어 음악으로 작곡이 되었다. <목신의 오후> 가 1894년 드뷔시(Debussy)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으로 작곡되었고, 이 시, <성녀>도 1896년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에 의해 동명의 음악으로 작곡되었다. 같은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시들이 음악으로 현현되는, 결국 재현할 수 없는 예술이 되고자 했던 꿈을 이루었던 것이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은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 인상파 작곡가이다. 1차대전 참전 이후 <쿠프랭의 무덤, Le Tombeau de Couperin>(1917)을 통해 신고전주의 작풍을 명확히 했다. 그의 대표곡으로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1899)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Le Meninas) 1656>에 그려진 마르가리타 테레사 왕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지어졌다), <스페인 광시곡, Rapsodie espangnole>(1907), 오페라 <다프니스와 클로에, Daphnis et Chloé>(1912) 그리고 <볼레로, Boléro>(1928)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1981년 프랑스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원제: Les Uns et Les Autres,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들)의 마지막 17분에 등장하는 라벨의 볼레로와 무용의 만남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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