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나무
내 너를 찾어왔다…臾娜. 너참 내앞에 많이있구나. 내가 혼자서 鍾路를 거러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닥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臾娜, 이것이 멫萬時間만이냐. 그날 꽃喪阜 山넘어서 간다음 내눈동자 속에는 빈하눌만 남드니, 매만져볼 머릿카락 하나 머릿카락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 오고…燭불 밖에 부흥이 우는 돌門을열고가면 江물은 또 멫천린지, 한번가선 소식 없던든 그 어려운 住所에서 너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鍾路네거리에 뿌우여니 흐터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볓에 오는애들. 그중에도 열아홉살쯤 스무살쯤 되는애들. 그들의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어 臾娜! 臾娜! 臾娜! 너 인제 모두다 내앞에 오는구나.
「復活부활」
서정주詩集『花蛇集화사집]』(南蠻書庫남만서고, 1941)
* 臾娜: 유나 - '臾娜유나'는 '叟娜수나' (혹은 須娜수나)의 잘못된 출판표기(誤識)라는 주장으로 몇몇 최근 개정판에는 '수나'로 실리기도 했다. 여기서는 원본에 실린 그대로 적었다.
* 鍾路: 종로
* 萬時間: 만시간
* 꽃喪阜: 꽃상부 = 꽃상여
* 燭불: 촉불 = 촛불
* 住所: 주소
지난 여름 만났던 사람들, 그 중 내 청춘의 한 가운데 방점처럼 찍혀있던 한 사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시간을 건너 만났던 그 사람, 그 사람과 죽음을 계획하는 거대한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영혼이 오랜 시간을 방황하는 동안 나는 異國에서 또 다른 시간에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선택하는 그였고, 그에게 언제나 最善은 거기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의 슬픔을 놓아두진 않기로 했다. 꿈을 적어두고 그 꿈을 이야기하던 시절의 당신과 나에게, 키우던 개 한마리 씩 가방에 넣고 남도를 떠돌던 어느 날의 여행의 길목에게 대신 이 길의 끝을 묻기로 했다. 무엇이 사납게 우리의 삶을 흔드는 지, 그리고 그 끝에 서 있을 불가지론적 얼굴에 대해 묻기로 했다. 그것이 거대한 삶이기를, 그리고 당신이 나를 잊을 때 나는 당신을 떠날 수 있겠지.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 비탈리 카네프스키 감독의 1989년작 영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