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은 해외봉사
갓 제대한 후 첫 학기는 정말 폭풍처럼 지나갔다. 그 폭풍 속 태풍은 베트남 해외봉사였다.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또 해외봉사에 가게 됐는데 이번엔 프로그램에서 학생이 아닌 조력자 혹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인 '스탭(*스태프가 정확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스탭'이라 통칭했다.)'이란 역할을 맡았다. 같은 학생임에도 중간에 끼어서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매력이 있었다.
이번 베트남 해외봉사팀의 스탭은 총 4명이었다. 나와 다른 형 그리고 우리를 현지에서 도와줄 베트남 유학생 형 두 명이었다. 그중 민찌 형이랑은 엄청 친해졌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유독 행사들이 많았던 거 같다. 아래 사진은 우리와 함께 봉사를했던 띤양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환영해주는 모습이다. 내 옆에 있는 분이 당시 팀장역할을 맡았던 형이다.
우기라 그런지 모기가 정말 많고 습했는데 하필 또 모기장을 잘못 쳐서 저런 불상사가 났다. 정말 몸에 100방도 훨씬 넘게 모기를 물렸었다. 현지 사람들이 이러다 뎅기열에 걸리겠다고 걱정할 정도로 심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다만 미칠 듯 간지러웠었다.
스탭의 큰 역할 중 하나는 이렇게 상비약과 기타 봉사팀에 필요한 많은 부분들을 늘 숙지하고 챙겨주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진행 및 조율을 팀과 교직원 혹은 다른 결정권자와 협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때때로 주어지지만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이렇듯 팀원의 안전을 지키고 유사시에 침착하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참고로 저 작은 가방을 봉사 내내 메고 다녔는데 진짜 나중엔 군장 느낌이 났다.
해외봉사는 각 기수별, 나라별로 그 봉사의 성격이 달라진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원하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번 베트남팀은 주 목적은 이렇듯 교육 및 놀이봉사로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를 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있었다.
그리고 노력봉사는 사실 이 팀의 주 봉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현지에서 요청 온 외벽도색의 경우 큰 부담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참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어서 실무자의 무리한 요구와 스탭의 미숙함 등 여러 요인으로 모두를 힘들게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때의 나는 맘이 너무 앞섰던 것 같다. '외부'요인에 대한 경험도 적었던 것 같다.
처음 겪는 시간으로 힘들어할 때, 민찌 형의 인도로 근처 조그마한 가게에서 먹었던 오리지널 베트남 쌀국수. 호찌민이든, 한국이든 정말 베트남 쌀국수 중에선 저게 제일 맛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배운 점이 있다면 역할에 따라 의도적으로 둬야 하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중간 관리자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면 많은 부분이 그 거리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한 명의 봉사자로서는 아쉽고 섭섭한 부분도 있었다. 베트남 스탭으로 갔을 때는 아무래도 스탭으로서는 처음이니까 그런 부분들이 어려웠다. 가끔은 팀원처럼 행동하기도 했던 것 같다.
교육봉사를 다 마친 후 이렇게 하루를 잡아서 준비해온 것들을 이렇게 전시도 하고 문화공연을 진행했다.
함께 봉사를 했던 띤양대 학생들과 번갈아가면서 준비해온 문화공연을 했다. 그 친구들은 주로 현지 전통 춤을 많이 선보여줬고 우리는 K-POP 댄스를 많이 준비해서 보여줬다. 마을주민들과 함께해서 더 흥겨웠다.
봉사를 마치고 다시 방문한 띤양대. 악수하고 있는 분은 띤양대 총장님이신데 사람인연이 재밌는 게 저분과 이 봉사 직후 우리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마주쳐서 반갑던 기억이 있다. 봉사가 줬던 또 하나의 재밌었던 순간이다.
그렇게 봉사를 마치고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시간을 가슴에 새기고 호찌민에서 잠시 관광을 했다. 다들 들떴지만 오히려 그럴 때 끝까지 스탭으로서 역할과 긴장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스탭으로서는 처음이라 괜히 더 힘이 들어갔던 것 같기도 하다.
매번 그렇듯 베트남에서도 정말 힘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행복했고 재밌었다. 무엇보다 좋은 베트남 친구들도 많이 알았고 스탭을 통해 중간관리자로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귀국 후 거의 바로 진행했던 다른 봉사에서 맡은 역할은 쉽진 않았지만 한결 수월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소중한 이야기가 내 맘속에 소담히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