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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Aug 26. 2022

#29 2022.07.25

보편적인 부끄러움에 대한 문해력

바쁜 나날 속 새로운 경험과 소소한 성취가 쌓여 뿌듯하다. 긴장되는 순간도 있었고 조금 지치기도 하지만 쌓아온 나름의 경험 덕에 그럭저럭 잘 넘기고 있다. 이어지는 바쁨의 끝이 당장 보이진 않는다. 일에 최선을 다하되 그로 인해 나의 가치관이 매몰되거나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잘 달려보겠다고 마음을 다지며 호수 산책을 나섰다. 오랜만에 마주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반가웠다. 

정말 기분 좋게 걷다가 앳돼 보이는 두 청년이 덱 위에서 한 대의 공유 전동 킥보드를 같이 타고 위험하게 스쳐 지나갔다. 순간적인 인지 부조화로 벙쪘다. 입구로부터 꽤나 먼 곳에 위치한 지점이었기에 질주가 더 정신 나간 일탈로 느껴졌다. 조금 더 걸으니 그들이 두고 간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전동 킥보드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이기심인가. 무력하게 지나치는 나만 부끄러운 걸까? 내가 유난히 불편해하는 걸까? 우연하게도 바로 뒤에는 전동 기기 출입 금지가 공지된 공원 이용 시 주의사항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윤동주 시인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진 못하더라도 보편적인 부끄러움을 문해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조금 괴로워진 걸음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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