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수 Aug 28. 2022

#30 2022.08.04

해치우지 못했더라도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됐다. 조금 멀게 느껴진다 싶으면 다시 일상에 가깝게 침투하는 이 바이러스는 참 끈질기다. 몰려드는 일들도 해치웠나 싶으면 흔한 클리셰처럼 또 다른 일들이 쌓인다. 업이라는 게 궁극적인 목표 그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어려웠던 시절에 또 다른 고됨을 이겨낸 성취는 나름 귀하다. 청춘은 그런 비대칭적이고 양극적인 성취와 결핍에 기반해 나를 이뤘다. 그렇게 늘어난 일로 몸이 지치는 와중에 한 주간 개인적으로 좀 서글픈 일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꽤나 힘들어했을 일인데 의외로 의연했다. 속이 상하면서도 내심 씁쓸함과 다행스러움을 함께 느꼈다. 성격상 이게 진짜 괜찮은 건지 그냥 감내할 만한 건지 구분은 어렵지만 사실 본질적으로 같을지 모른다. 감정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자랐다.

살다 보면 드물게 '행복한 시절'이라고 깨닫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요즈음 누리는 것들의 소중함을 자각한다. 많은 순간 잊지만 지금의 나에겐 지난날의 추억이나 앞날에 대한 기대보다 당장의 행복이 가장 값지다. 언젠가 사무치게 그리워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들을 더 잘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뭔가 괜히 길의 물성이 더 느껴진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행위 자체가 많은 위로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29 2022.07.2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