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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Sep 25. 2022

#36 2022.09.13

의지에 따라 계속되는 여정 위에서

여유로웠던 명절 연휴를 마치고 나서 바로 극기 훈련 같은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일이 몰리면 꼭 해야 할 업무는 결국 잔업이 된다. 잠시간의 유보가 있었지만 업무 시간을 늘려 산적한 일들을 아무리 쳐내도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라 몸도 마음도 지친다. 우공이산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열심히 살아내고는 있지만 가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스스로 버티기 위해 나름의 의미를 찾거나 보류하고 있다. 나의 선택이 금전적인 보상과 별개로 노동을 통해 내공을 키우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퇴근하고 그냥 쉴까 하다 때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게 더 큰 회복이 되기에 나갔다. 아직 땅에 물기가 느껴질 정도로 비가 온 직후라 인적이 드물었다. 한적한 호숫가를 마음껏 걷고 뛰며 텅 빈 내 마음을 자연으로 채웠다. 걸음이 이어지면 나도 모르게 길이 된다. 물성 혹은 영성에 의해 우연히 그 실체를 깨닫기도 한다. 길은 어떤 공간 그 자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의지에 따라 계속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옴짝달싹 못 할 정도로 탈진한 순간조차 거대한 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미처 몰랐을 뿐 오랜만에 두꺼비도 몇 마리나 마주하는 귀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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