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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Sep 25. 2022

#37 2022.09.21

가을밤 덕분에 누리는 위로와 해독

유독 신호란 신호는 다 걸리는 급박한 출근길이나 지친 퇴근길이 있다. 그런 출근과 퇴근 사이를 견디고 나서야 마주한 가을밤이 달다. 낮엔 선선했는데 해가 지니 서늘한 감이 있지만 그새 깊어진 세 번째 계절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아직 산과 들이 단풍으로 물들지 않았음에도 왠지 호수조차 더 그윽하다.

좋은 시절은 왜 대부분 짧은 걸까. 추분을 앞두고 적당히 사늘한 산들바람은 죄 많은 이 땅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짧게 스칠 가을철을 누리는 슬기로운 방법 중 하나는 해가 지고 나서 가벼운 차림으로 걷거나 달리는 일이다. 처음엔 조금 추운 듯싶다가 몸이 달궈지면 이내 알맞게 시원한 공기가 피부와 폐부를 적당히 간질여 산뜻하다. 그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찾아온 가을이 나도 모르게 쌓인 고달픔을 위로하고 해독해 준다. 이내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이 참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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