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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Oct 10. 2022

#38 2022.09.27

일찌감치 여름을 보냈던 청춘이 부끄러운 밤

서른 즈음에 접어든 이래로 가끔씩 삼십 대 감성에 기인한 허무감이 찾아오곤 한다. 뜬금없이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묻고 쉽게 입을 떼지 못한다. 한때는 정답을 찾고자 애썼지만 이제는 질문 자체가 일종의 답임을 안다. 물음표 속 확실성을 가늠하며 호수로 나섰다. 청량한 공기가 상쾌하다. 가수 김동률 '출발'의 가사처럼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조금씩 뛰는 거리를 늘리며 산책과 달음질을 즐겼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마지막 힘을 다해 울며 날갯짓을 하는 작은 매미를 발견했다. 나무로 옮겨주려고 다가가니 위태롭게 도망가 조금 떨어져 응원을 전했다. 짝을 찾지 못해 우는 매미는 왠지 나와 비슷해 보여 마음이 더 간다. 울어본 자만 들을 수 있는 울음의 주파수를 외면하지 말아야지. 함부로 일찌감치 여름을 보냈던 청춘이 부끄러운 밤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계절 앞에서도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는 작고 위대한 생명들을 떠올리며 간직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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