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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Feb 05. 2023

일본 여행 4일 차(2)_다시 공항에서 공항으로

일상에서 잃었던 자기애와 인류애를 회복한 나고야 여행의 끝

점심을 먹기 위해 메이테츠 백화점에 갔다. 나고야메시 중 미소카츠는 일본식 된장의 일종인 아카미소 소스를 돈가스 위에 얹은 음식이다. 두 번째로 찾은 미소카츠 야바톤 나고야역 메이테츠점은 오픈 30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일본어로 물어보셨을 때 눈치껏 일본어로 대답하며 11시에 입장했다. 철판 위에 미소카츠가 올라간 뎃판 돈카츠를 먹었다. 된장소스는 생각보다 익숙한 맛이었다. 짭조름한 데미글라스 소스 같기도 했다. 기름진 음식이다 보면 먹다 보면 조금 물리지만 파 토핑과 일본식 조미 고춧가루인 시치미를 첨가하며 먹는 재미가 있었다. 나오는 길에 쇼류도 패스 1일권 특전으로 엽서 하나까지 살뜰하게 받았다. 든든하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어제 오후부터 말썽인 핸드폰 충전 케이블의 충전 복불복이 심해지고, 돼도 전력이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쓸데없는 지출은 지양하지만 하나 사려고 마음먹었다. 어디 있긴 있을 텐데 막상 사려고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일정이 거의 끝났기에 없어도 되겠다 싶어 쉽게 포기했다. 또 한 치 앞을 모르고...*

선물을 사기 위해 검색하니 근처 나고야역에 기념품 가게가 있대서 갔다. 역까지는 금방 갔는데 역사 안에서 꽤나 헤맸다. '그랜드 키오스크'를 찾아야 하는데 엉뚱한 '벨마트 키오스크'만 보인다. 몇 번 왕복하다가 간신히 찾아 선물용 과자에만 거의 5만 원을 태웠다.

아침에만 해도 온 세상이 하얬는데 그새 또 눈이 많이 녹았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고 정리했다. 눈으로 이미 젖어버린 양말을 갈아 신고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날 시간이 찾아왔다. 메이테츠 나고야역에서 메이테츠 공항선을 타고 마침내 공항으로 출발했다. 안녕 나고야!

40분 정도 걸려 주부 국제공항역에 도착했다. 오전 동안 여기저기 다니며 폰 배터리를 거의 다 썼다. 그 와중에 충전선 상태가 더 오락가락해 전력을 아끼려고 비행기 모드로 해두었다. 넉넉하게 도착해 스치듯 지났던 센트레아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을 천천히 구경했다. 미소카츠 야바톤을 비롯해 대표적인 나고야메시로 유명한 브랜드가 알차게 입점해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공연을 즐기는 가수와 관객들을 보며 연말의 공항을 함께 누렸다. 그러다 우연히 포켓몬고 이벤트를 깨닫고 정신없이 즐기다 보니 얼마 안 되어 전원이 꺼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날 아이유 님이 같은 공항으로 일본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인 여행조차 전 국민이 알게 되는 스타의 삶이 가늠할 수 없이 고단하겠다고 추측했다. 동시에 그렇게 아득한 사람이 어쩌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짧은 생각의 편린 속 역설이 새삼스럽다. 이 어쩌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짧은 생각의 편린 속 역설이 새삼스럽다.

핸드폰 충전 케이블이 단선되어 본 사람은 아마 알 것이다. 특정 각도를 찾거나 혹은 물리적인 압박을 주면 꽉 잡으면 선은 라스트 댄스를 춘다. 간절한 마음으로 꼭 쥐니 조금씩 충전이 되다 말다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항 옥상을 개방한 스카이 덱에 가면 활주로를 오가는 비행기를 창 없이 육안으로 볼 수 있다. 거대한 기체가 가볍게 오르내리는 걸 구경하다 잠깐이나마 부활한 핸드폰 덕에 나고야의 명물을 몇 장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충전선은 사실상 명을 다했다. 5시 25분 이륙 예정이던 항공편이 무려 95분이나 연착되어 7시에 떠난다는 비보가 이어졌다. 제주항공에서 500엔짜리 공항 상품권을 줘서 터미널 내 식당에서 애매한 시간에 저녁을 먹었다. 후지야마고고 시애틀 라멘 스탠드의 대만식 마제소바와 음료를 먹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불가피한 디지털 디톡스 덕분에 독서하며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비행기에 탑승했다. 내향인으로서 용기 내어 옆자리 승객에게 충전 케이블을 빌리려고 했으나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종이 다르셨다. 너무 감사하게도 무선 충전기를 빌려주셨는데 왜인지 내 핸드폰을 인식하지 못해 돌려드렸다. 피곤했는지 그대로 잠들었다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인천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훨씬 늦은 9시쯤이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케이블이 준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거짓말처럼 핸드폰이 3% 충전되어 있었다. 집에 도착 소식을 전하고 오랜만에 테크핀이 아닌 실물 카드로 결제하며 집에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었다. 다른 언어와 문화 속 홀로 방랑하는 기쁨과 고독이 주는 자유를 오랜만에 누렸다. 덕분에 2022년 동안 많이 잃었던 자기애와 인류애를 꽤나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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