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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May 17. 2023

부모님의 사랑을 닮은 영남 봄꽃 명소 3곳

경주, 진해, 창녕 Let's go!

어쩌면 삶은 고해, 고통의 바다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시절이 허락하는 나름의 호사들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뒤늦게 그 가치를 점점 더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봄엔 감사하게도 봄꽃을 보러 영남에 다녀올 수 있었다.




1. 신록과 벚꽃이 어우러진 천년고도 경주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주였다. 오랜 전통과 유서 깊은 문화재를 자랑하는 도시인 만큼 다양한 곳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었다.


(1) 오릉

오릉에서는 주차비 천 원, 입장료 2천 원으로 신라 봉분 특유의 곡선미와 따스한 날씨 속 고즈넉함을 누릴 수 있다. 나의 시조이자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부터 초대 왕족의 분묘라 더 뜻깊었다.


(2) 첨성대

신라시대 천문대이자 국보 제31호인 첨성대는 낮이든 밤이든 아름답지만 인근의 벚꽃을 두른 모습은 특히 더 장관이었다. 이미 벚꽃이 절정을 조금 지났음에도 상당한 양을 자랑했고 여기저기 들떠 보이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이룬 봄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3) 보문호

보문호는 가는 길부터 벚꽃이 참 아름답다. 보문관광단지가 있어 주차하기도 수월했다. 벚꽃으로 가득한 호숫가는 분홍분홍하고, 저 멀리 보이는 경주월드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뭔가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 터널이 떠오르는 구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해 질 녘에 찾을 것을 추천한다. 햇빛과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벚꽃과 호수가 각기 다르게 아름다웠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도 호수는 새로운 얼굴로 주변을 밝혀 준다.


2.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전국구 축제, 진해군항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진해군항제였다. 진해 시내에 가니 전국적인 축제임을 입증하듯 차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지금은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이지만 왠지 진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진해군항제는 1952년 4월 13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하던 것이 1963년부터 지역 행사인 군항제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표적인 벚꽃 축제 중 하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열리지 않았다. 직접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1) 경화역

진해 곳곳에 벚꽃 명소가 많은데 가장 먼저 경화역부터 찾았다. 터널처럼 빽빽한 벚꽃과 옛 철로가 어우러져 참 아름다운 길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저기 사랑하는 이가 꽃길 위에 선 모습을 담기 위해 분주했다. 우리도 모두 꽃길만 걷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사진으로 남겼다.


(2) 여좌천

고맙게도 진해군항제 무료 셔틀버스가 주요 지점을 연결했다. 편하게 경화역공원에서 여좌천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미처 몰랐는데 2002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로망스'의 주요 장면이 촬영된 곳이 일명 '로망스 다리'로 유명했다.

경화역에도 사람이 참 많았지만 여좌천은 하천을 중심으로 양옆에 좁은 길이 있는 형태라 체감되는 인구밀도가 더 높았다. 덕분에 축제 분위기는 더 물씬 났다.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 터널이 정말 장관이다. 사람 사는 동네와 함께 숨 쉬는 벚꽃길이 뭔가 흐뭇했다.


3. 나만 몰랐던 전국 최대 규모 창녕 낙동강 유채축제

짧은 여정이 아쉬워 올라가는 길에 한 곳 더 들르기로 했다. 그렇게 우연히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 유채단지를 알게 됐다. 전국에서 단일 면적으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창녕 낙동강 유채축제 1주일 전이었지만 웬만큼 꽃이 피었다는 후기를 보고 창녕 남지 유채밭에 가게 됐다. 앞서 본 글처럼 이미 노란 유채꽃이 강변 여기저기 만발했다. 남지체육공원 주변을 가득 메운 노란 물결에 감탄하며 사진 찍고 구경했다. 여기저기 창녕군의 진심이 담긴 포토 스팟들이 정성껏 준비되어 있어 더 감동이었다.



얼마나 큰 사랑과 은혜를 입고 있는지 새삼 느낀 여행이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또래 중 많은 이가 각자의 가정을 꾸려 독립한 시기다. 어쩌다 어른이 됐던 두 사람도 그렇게 나의 부모님이 되셨겠다는 주제넘은 생각을 문득 떠올리기도 했다. 철없는 아들은 품을 떠날 계획 없이 여전히 갚지 못할 은혜를 누리고 살지만 그 덕에 봄을 맞아 찾은 영남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함께 만끽할 수 있었다. 봄날의 햇살 같은 어버이의 사랑으로 시절이 선사한 온기를 입으며, 한없이 샘솟는 그 마음을 닮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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