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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롬톤과 함께한 1박 2일 섬진강 자전거길 종주기

그런데 10년 만의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곁들인

by 쿨수

섬진강 자전거길 종주 그리고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위해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로 향했다. 최종 목적지인 임실 강진공용버스터미널에 가는 버스가 있다. 참고로 강진공용버스터미널은 전라남도 '강진'군이 아니라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에 위치한 버스 터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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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하고 기다리다 11시 20분에 출발하는 순창행 버스를 탔다. 어르신 몇 분이 함께 탔는데 기사님과 승객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가 왠지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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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공용버스터미널을 지나 12시에 강진버스공용터미널에 도착했다. 굉장히 한적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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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공버스터미널~섬진강댐인증센터(약 1.6km)

자전거 세팅하고 출발한 뒤 약 10분 만에 섬진강댐인증센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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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댐인증센터~장군목인증센터(약 14km)

기대했던 봄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고 심지어 꽤나 서늘했지만 봄날의 강변은 아름다웠다. TPO가 맞지 않는 안내물을 익숙하게 지나치고 맑은 하늘 아래 열심히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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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자전거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토종주 자전거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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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멈춰 풍경을 감상하게 됐다. 그러다 어떤 목교에선 보강 작업을 하고 계셔 지나가도 되냐고 여쭙고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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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순창에 이르러 장군목인증센터에 2시 안되어 도착했다.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섬진강 마실캠핑장에 조금은 야박한 배너와 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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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목인증센터~향가유원지인증센터(약 25km)

다시 달리다 구암정을 지나 소들의 슬픈 눈망울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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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터널을 지나 3시 반쯤 향가유원지인증센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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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유원지인증센터는 섬진강종주자전거길뿐 아니라 영산강종주자전거길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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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매점의 견공이 익숙하다는 듯 주위를 맴돌다 이내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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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유원지인증센터~횡탄정인증센터(약 28km)

이쯤 되니 출발 전부터 있던 몸살 기운이 도져 더 힘들었지만 예약한 숙소가 곡성이라 힘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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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탄정인증센터까지 가니 어느덧 5시 반쯤 됐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고 일몰 예정 시간이 7시쯤이라 억지로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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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탄정인증센터~향가유원지인증센터(약 25km)

영화 곡성 때문인가 낮게 나는 제비 떼도, 십자가 모양의 조형물도 약간 음산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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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지는 오한을 느끼며 엄니가 싸 주신 단백질 바로 에너지 얻고 견디며 어둑해지는 길을 꾸역꾸역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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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벚꽃엔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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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안되어 숙소 모텔에이스에 도착했다. 들어가자마자 진짜 기절하듯 그대로 바로 잠들어 1시간 넘게 잤다. 다행인 건 부모님께 숙소에 도착했다는 연락은 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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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씻으려고 했는데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열이 펄펄 끓어 거의 30분 정도 누워서 앓다가 힘겹게 일어나 간신히 씻었다. 짐 대충 풀고 가시지 않은 한기, 근육통, 두통 그리고 약간의 체기 같은 것을 느끼며 시름시름 앓다가 1시 너머 그대로 뻗었다. 솔직히 섬진강 자전거길은 다른 곳에 비해 쉽게 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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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식은땀을 계속 흘리다 6시쯤 일어났다. 어제보다 기운이 없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후회하기 싫어 나가려는 의지를 다지며 몸을 달랬다. 문득 콜라가 원래 약용으로 개발됐다는 생각이 나 콜라 한 잔 마시고 씻으며 플라세보 효과를 기대했다. 조용하게 어수선한 아침을 보낸 뒤 8시 안되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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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을 스치듯 거쳐 구례에 이르렀다. 움트기 시작한 봄꽃들을 비롯해 동네가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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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만발하진 않았지만 나름 벚꽃 터널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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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쯤 사성암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셔 어정쩡한 자세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성암은 꽤 유명한 사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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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암인증센터~남도대교인증센터(약 19km)

다시 가다가 문진정에서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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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이어지는 길이 유독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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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수달이 많은지 여기저기 관련 조형물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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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기로 버거웠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목적지에 대한 결심으로 페달을 계속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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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40분쯤 남도대교인증센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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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대교인증센터~매화마인증센터(약 18km)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해 11시쯤 마침내 광양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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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평촌이라는 익숙한 지명을 마주했다. 사실 벌말 혹은 평촌은 전국 어딜 가나 있는 흔한 지명이다. 꽃의 아름다움으로 에너지를 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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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짜내어 매화마을인증센터에 가니 12시 45분이다. 아쉽게도 매화는 아직 만개하지 않았더라. 점점 봄꽃의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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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을인증센터~배알도수변공원인증센터(약 20km)

마침내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한 부모님이 근처에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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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배알도수변공원까지 약 5km 정도를 남기고 어버이와 극적으로 만났다. 반가움과 안도를 서로 나누고 자전거에 있던 짐을 차로 옮겼다. 그렇게 든든하고 반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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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 달리며 윤동주길과 태인대교를 지나 2시 40분쯤 마침내 배알도수변공원에 도착했다. 광양과 윤동주 시인의 관계성이 궁금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시인의 자필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보존했던 정병욱 교수의 가옥이 광양에 있다고 한다. 참고로 태인대교는 자동차와 함께 가야 하는 길인데 여기서 '별헤는 다리', '해맞이다리' 두 해상 보도교를 이용하면 좀 더 가깝게 바로 배알도에 갈 수 있다. 자전거는 아예 입장 불가인 줄 알았는데 끌고 가면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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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알도수변공원인증센터에 가니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첫 취업을 확정한 직후, 자전거 국토종주를 시작할 땐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감동적인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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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망의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을 꼭 10년 만에 달성했다. 2015년 봄날, 감격스럽던 첫 직장 합격 소식을 들은 뒤 뜬금없이 자전거 국토종주를 떠났었다.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나아가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여러 삶을 통해 나름의 형태로 약동하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도 물려받은 성실이 장점이라고 자부하며 막연하게 최선을 다짐하던 사회 초년생은 그 뒤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종의 정반합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사회생활 십 주년을 앞두고 섬진강 자전거길을 다녀오며 국토종주 자전거길 전 구간을 완주했다. 급작스러운 몸살로 여러모로 벅찬 여정이었지만 덕분에 목적지에서 어버이를 뵙는 호사를 더 극적으로 누릴 수 있었다. 남녘의 봄꽃은 아름답게 피어났고 부모님과의 동행은 늘 그렇듯 과분하게 따뜻했다. 어쩌면 살아가며 꿈을 잃는다는 건 미처 모르던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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