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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un 13. 2022

#21 2022.06.03

두꺼비 보고 놀란 가슴, 돌멩이 보고 놀란다

오월은 거의 한 달 내내 병원 통원으로 바쁘게 지나갔다. 유월이 돼서야 마침내 봉합 수술했던 곳이 어느 정도 아물었다. 흉은 꽤나 크게 졌지만 무사히 맞붙은 살갗이 고맙다. 알고 보면 당연한 게 없다. 당분간 몸도 마음도 건강할 것을 다지며 늦은 시간 호수로 나섰다. 다짐이 무색하게 길을 걷다 돌부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는데 다시 보니 두꺼비였다. 뒤늦게 가슴이 철렁했다. 하마터면 살생을 저지를 뻔했다. 이 년 전 이곳에 처음 이사 왔을 땐 두꺼비가 지금보다 흔했고 고라니 소리도 자주 들렸다. 한적했던 호숫가가 개발되며 동물들의 개체 수가 줄거나 멀어진 게 체감된다. 자연으로부터 빼앗은 삶의 터전을 그 누구보다 잘 누리는 사람으로서 미안했다.

밤공기는 차갑지 않고 미지근하게 습윤했다. 왠지 묵직하고 감칠맛이 난다는 뜻의 배지근하다는 제주 방언이 떠올랐다. 수풀과 물의 향이 진하게 묻어나 자꾸 음미하게 되는 공기였다. 찬찬히 속도를 올리며 후각에 집중하며 산책을 즐겼다. 참 다양한 감각과 방법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두꺼비 보고 놀란 가슴 돌멩이 보고 놀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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