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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un 13. 2022

#20 2022.05.23

빛이 가리는 것, 어둠이 비추는 것

월초에 다친 뒤 일주일에 3번씩 정형외과를 찾아 꼬박꼬박 드레싱을 받았다. 전치 2주로 예정됐던 치료가 3주로 늘어나고 예상 밖의 피부염을 얻으며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더 오래 감각하게 됐다. 몸의 아픔을 가늠하다 보면 때때로 마음까지 더 잘 느껴지곤 했는데, 덕분에 감각이 확장됐는지 오늘 산책길엔 부쩍 어둠이 눈에 띈다. 실존은 환하든 캄캄하든 가리지 않고 곳곳에 실재했다.

빛과 어둠은 부딪히는 개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맞닿은 하나의 무언가일지 모른다. 이런 게 음과 양의 조화인가. 빛이 가리는 것과 어둠이 비추는 것은 분명 있다. 부상은 무병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건강은 작은 상처가 주는 큰 불편조차 불감하게 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 제목을 떠올리며, 자그마한 통증이 주는 가르침에 귀 기울였다. 나름 아프고 갑갑하지만 차마 헤아릴 수 없는 괴로움이 숱하고 숱한 인생에서 끝이 정해진 고통의 감내는 차라리 축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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