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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롬복댁 Nov 30. 2022

출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롬복 라이프 / 새로운 가족


처음 인도네시아 롬복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다가 

코로나도 겪고, 빌라는 더 확장이 되었고 두 살이었던 아이는 다섯 살이 되었고

우리 가족은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된 이유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처음에는 덤덤했던 임신소식 

롬복에서 아이를 낳는 게 처음이라 겁도 나고 그랬었는데. 

역시, 이 또한 다 지나가는구나.. 

지금 이렇게 앉아 육아일기 쓸 생각이 들다니.. 


아이가 태어난지도 오늘로 22일 되었다.

3*7일도 지나고 잘 회복 중에 있다. 


예정일은 12월이었는데 아이가 무려 40일이나 일찍 나와버렸다.


오후 6시 갑작스러운 진통과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진통은.. 출산한 엄마들만 아는 고통... 


가까운 24시 보건소에 가서 응급조치하고 바로 큰 병원으로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피를 많이 흘려 자연분만이 어렵고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가능한 병원과 의사를 찾으면서

2시간이 흘렀다.. 2시간 동안 생사를 오가며.. 진통의 인내도 못하고.. 

또 아이가 잘못될까 봐 더 참지 못했다.. 너무 무섭고 아프고.. 


그리고 근처 큰 병원으로 엠블런스를 타고 가서 제왕절개 분만을 했다.

첫째는 자연분만이라 그것만 생각했는데..

진통 + 제왕절개까지 하니... 많이 아프더라...

거기다 피를 많이 흘려서 수혈을 해야 했는데 

이 나라는 A형 피 구하는 것도 힘들더라... 


그리고 필요한 사람이 가서 물어보고 사 와야 하는 셀프시스템...

병원은 하나부터 열까지 셀프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약까지 약국 가서 보호자가 구매하고 수납하는데 가서 수납해야 한다는.. 


수혈은 남편이 부리나케 알아보고 결국 수혈을 꽤 많이 했다. 그래서 살아난 거 같다.

옛날 같았음 정말 죽을 운명이었을지도...


살면서 이렇게 수술한 건 처음이라..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5일을 병원에서 보냈고 

아이는 40일 일찍 태어났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2.5킬로로 태어났다.

(롬복에서는 2.5 키로면 막달 아기 크기라고 한다.. 하하.. )


아기는 일찍 태어나 황달끼가 있어 따로 지냈는데, 문제가 있었다.

문제는.. 모유.. 

첫날부터 병실에 와서는 모유수유를 무조건 하라는데. (수술해서 아파 죽겠는데)

첫째도 제대로 수유가 되지 않아서 2주 겨우 했는데 모유가 갑자기 나오냐는 말이다...

모유가 안 나오면 아기에게 분유로 배를 채워주지 않습니까? 신생아는 또 자주 먹는데...

이곳 병원은 애가 배고파도 분유를 주지 않는다. 무조건 모유 수유해야 한다며..

네.. 저도 초유가 얼마나 아기에게 좋은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예외라는 건 존재하잖아?

입원 이틀째 밤 너무 심각해서 결국 분유 주라고 이야기하고 서류에 사인하고 하루 먹였다. 

그리고는 다음날은 또 역시 아기는 배고픈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안 되겠다 싶어 없는 젖 열심히 짜서 새벽 3시에도 모유를 20미리 가져가고 했다.


그리고

문제는 적은 모유만 먹고 아기가 회복이 빠를 거 같지 않다는 거였다, 


역시나 나는 5일 만에 집에 갈 수 있을 정도의 회복이 되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였다.


그렇게 아이와 떨어져서 2일 더 보냈는데 

떨어진 2일에도 분유를 하루 주라고 하고 사인하고 오고.. 마지막 하루 아기가 잘 못 먹은 거 같았다.


퇴원하기로 한 날에 병원을 같더니 상태가 호전이 안됬다고 했다. 

남편은 너무 화가 났다. 

집에서 알아서 케어할 테니 황달이 심하면 데려오겠다고, 분유 먹는 걸 보니 잘 먹었다.

황달이 심하면 아기가 먹지도 못하는데...


그리고 28일째 집에서 돌보 있는 아기는 매우 통통하니 건강하다.

결국 먹지 못해서.. 아기 상태가 호전이 안된 거다.. 

모유가 많이 않나 오는 내 잘못도 있었지만.. 좀 황당한 지침이 아닌가 싶다. 



아직 출생신고와 예방접종이라는 숙제가 남았지만..(예방접종도 셀프다. 병원에서 백신이 다 떨어져서 접종을 못했다는데.. 출산하자마자 접종해야 할 하는 것도 있고.. 이후에도 있는데 큰 병원에서 백신 3개 중. 있는 게 없다니... 물론 이것도 물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야기 안 해준다.. 퇴원하고 몸 괜찮아져서 아기수첩 보다가 알아냈다는...)


인도네시아에서 아기를 낳은 건 처음이라 

아직도 계속 발생될 시행착오들이 있겠지만..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주면 좋을 텐데.. 

한국 병원 정말 좋은 거 같다.. 새삼 느끼는 첫째 출산의 좋은 기억..^^ 


롬복에서 지내는 건 좋았어도

출산은 어려웠다. 


옆에서 지켜본 남편이 제일 고생 많았다. 고맙고 또 고마워. 


그리고

5살 첫째도 든든하게 옆에서 엄마 손 잡아주느냐 고생했어! 


우리 네 식구 롬복에서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힘들었던 둘째 출산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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