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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독일

문화와 20세기 광기의 도시

by 승협

프랑크푸르트보다는 뮌헨에 가까운 뉘른베르크는 문화의 도시이다. 유명한 화가인 뒤러의 주 무대이기도 하며, 많은 예술가들이 거쳐간 도시이기도 하다. 20세기 혼란한 정세 속에서 악독한 지도자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로, 나치당의 주 활동무대로 동시에 나치 패망 이후 나치 전범들을 처단한 일명 뉘른베르크 재판이 열린 도시이다.


교통

레기오 열차(RB, RE) 이용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는 경우 뷔르츠부르크 등 중간 도시에서 한번 환승하여 도착 가능하며, 뮌헨에서는 직행 레기오가 있습니다. 이체에(ICE)를 이용할 경우 두 대도시에서 모두 직행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박물관 패스

뉘른베르크에서 관리하는 박물관의 경우 추가 금액(작성일 기준 3유로)을 지불하고 1일권을 끊으면 많은 박물관에 무료로 입장 가능합니다. 가능한 박물관의 리스트는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학생의 경우 학생증을 지참하는 경우 더 저렴하게 패스를 끊을 수 있으니 학생분들은 꼭 참고하세요!


참고로 게시글에 나온 모든 박물관 및 관광지는 해당 패스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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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 생가

Albrecht-Dürer-Haus

뷔르츠부르크에서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뉘른베르크,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뒤러의 생가이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는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이후 많은 예술가들에게 큰 영감을 준 화가이기도 하다.


그가 나고 자란 뉘른베르크에서 탄생한 작품도 많지만, 여러 사정상 아쉽게도 뉘른베르크 내 남아있는 작품은 거의 없으며, 이곳 뒤러의 생가에도 대부분 복제품을 전시해 두었다. 다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오리지널 뒤러'라는 기획전 기간에 방문하게 되어 뒤러의 여러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 작은 동판에 그 많은 디테일을 살린 그의 작품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 연결 교통편 : 트램 Tiergärtnertor, 지하철 U1 Lorenzkir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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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당시 모습과 현재의 모습. 전범 재판 당시에는 창가쪽이 판사석이었다.

뉘른베르크 재판 기념관

Memorium Nürnberger Prozesse

현대의 국제형사재판의 기틀을 마련한 나치 전범들의 재판이 열린 곳으로, 연합국이 의도적(?)으로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에서 재판을 열 계획을 한 것 같지만 여러 가지 고려사항(전쟁으로 많은 것이 소실된 독일, 전범들 관리, 연합국 인원 상주 등)에서 뉘른베르크가 가장 적합한 도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오디오 가이드가 입장료에 포함되어 제공되며, 기록관 내 모든 자료가 독일어로 서술되어 있어 가이드 오디오 없이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재판장을 보존하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재판이 종종 열린다는 점이다. 만약 이곳에 방문을 했는데 재판장 출입이 제한된다면, 나치 전범이 그 공간에서 재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142px-Defendants_in_the_dock_at_nuremberg_trials.jpg 재판받는 전범들, 선글라스를 착용한 이유는 기록 사진 촬영을 위해 재판장에 강한 조명을 사용했기 때문

이밖에도 당시 재판장의 구성과 여러 이야기들, 그리고 작게 마련된 다른 전범재판 이야기에서 일제와 관련된 전범 재판(도쿄 재판)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자료는 러시아(당시 소련) 측 검사가 열불을 내며 나치의 전쟁 범죄를 고발하는 장면이었는데, 결국 역사가 반복되는 지금의 현실과 대비되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연결 교통편 : 지하철 U1 Bärenschan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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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당회장

Dokumentationszentrum Reichsparteitagsgelände

작성일 기준으로 전당회장(Kongresshalle)의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정확히는 끝나있어야 했지만, 2024년 3월 방문 당시 전당회장이 보수 공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현장 사이로 멀리서나마 전당회장을 구경할 수 있었고, 실제로 전당대회가 진행되었던 플린필드(Zeppelinfeld) 그리고 대로(Große Straße)는 둘러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기록관. 나치의 시작부터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그리고 이들이 저지른 여러 악행을 상세하게 기록해 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진행된 행사에서 기괴함을 느끼고, 당시 나치당의 선전을 위해 도입된 조명장치인 리히트돔(관련 기사) 기발한 촬영 기법이 도입된 선전용 영화까지. 당대를 휩쓸었던 집단의 광기를 볼 수 있었다.


이후 큰 호수를 따라 나치 당원들의 행진을 위해 지어진 대로(Große Straße)를 보았다. 두 호수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지어진 이후 나치가 패망하여 실제 행진은 진행되지 못했으며, 지금은 주민 및 관광객을 위한 거대한 주차장으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Nazi_party_rally_grounds_(1938)_3.jpg 1938년 당시 제플린필드

이후 길을 걷다 보면 1930년대 나치 전당대회가 열렸던, 사진으로 많이 접한 역사적 장소인 재플린필드에 도달하게 된다. 기록 사진에서의 권위적인 모습은 많이 사라지고, 기둥 등이 철거된 채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당시 히틀러가 올라갔던 단상에 올라 수십 년 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마 그는 세상을 모두 가진 기분을 느꼈을까? 그래서 위험하고도 무모한 생각에 빠진 것일까?


여러모로 무섭고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 연결 교통편 : 트램 Doku-Zentrum (전당회장/박물관), S반 Nürnberg Frankenstadion (제플린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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