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흑백 영화 같은 우리의 삶
이번 독서 모임에서 박완서의 소설을 읽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선정한 소설 나목.
박완서 님이 작가로 등단한 첫 소설이라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많으셨던 작품이라고 한다.
PX 초상화부에서 근무했던 시절 만난 박수근 화백을 떠올리며 쓴 소설이다.
박수근 화백을 떠올리며 쓴 글이지만 주인공 경아(20대 초반의 여성)이 PX 초상화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려진다. 박수근으로 연상되는 옥희도, 남편이된 태수, 잠시 만난 미국인 조, 동료 미숙이, 다이아나 등의 인물이 소개된다.
전쟁으로 모든것이 뒤죽박죽이 된 세상. 전공을 살리지 못해 다른일을 하는 사람들은 태수 만이 아니었다. 지금의 배고픔을 잊을 수만 있다면 결혼해 미국으로 갈 수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보는 미숙. 돈만 벌 수 있다면 뭐든 해서 그 번 돈으로 다른 사람들을 깔보며 살아보고 싶다는 다이아나 등 시대상을 반영하듯 인물의 개성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두들 전쟁으로 한 번에 모든 것을 잃었고 미래에 대한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힘든 과거를 떠나 보내야만 봄을 맞이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떠나 보내고 있다.
경아는 어머니를 싫어한다. 아니, 좋아하는 감정을 뭍어 두고 살고 있다. 전쟁에 아빠를 잃고, 난데없는 폭격에 두 오빠를 잃은 경아와 어머니에게 회복의 치료가 필요했다. 상황은 그러하나 치료의 여유도 없이 세상을 흘러가고 어머니는 세상을 향해 "왜 딸이 아닌 아들 둘을 데려가냐고요~!!" 라는 원망을 한다. 어머니의 원망을 들은 경아는 어머니를 미워하고 자신을 두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간다.
어머니와 둘 밖에 없는 집에서 경아는 어머니를 미워한 것이 아닌 관심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관심을 받고 싶어 따뜻한 빈대떡을 사가도 어머니는 별다른 반응 없이 매일 같이 김치국에 밥을 차려주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어머니가 미워 말도 없이 옥희도의 집에서 그들 가족과 섞여 잠을 자게되고, 어머니는 그런 경아를 밖에서 기다리다 폐렴을 앓다 세상을 떠나신다.
오빠의 죽음이 왠지 자신의 탓인것만 같은 자책속에 살아온 경아는 엄마도 자신때문에 돌아가신거라고 믿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느낀점
소설 말미에 경아는 옥희도씨의 집에서 본 그림이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고목은 오래된 나무로 삶을 정리해가는 나무이지만 나목은 마른 나무 형태로 봄을 기다리는 나무다. 경아가 옥희도씨의 집에서 나목을 본 이후 그림을 다시 본건 옥희도씨의 고별전에서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의 차이겠지만, 경아는 옥희도씨의 집에서 나목을 보고는 부인에게 남편 보필을 잘하지 못하고 있음을 따졌다.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절망적이면 고목을 그리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그 때는 희망이 없는 고목으로 보이던 그림이 시간이 흘러서 나목으로 보였다는 것은 살면서 희망을 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P.376
나는 홀연히 옥희도씨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안다.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 그 시절을 그는 바로 저 김장절의 나목처럼 살았을 것을 안다.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등장 인물들을 통해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경아의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를 떠올려 보고, 내 탓인것 같이 무거웠던 자책감의 사건들도 떠오른다. 어떤 미래를 살아갈지는 두려움 없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