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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영 May 03. 2023

내가 약해졌다고 느낄 때

  뭔가 일이 안 풀리는 듯한 기류를 느낀다. 딱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은 나에게 "지금처럼은 안돼. 문제를 찾아봐" 재촉한다. 나의 결론은 초심으로 돌아가자!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열의로 시작했는지를 떠올렸다.


  12년 전 프리랜서를 시작했던 설렘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12년의 경력만큼 읽은 책도 늘었고 배운 지식도 깊어졌건만 결과물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생각은 이리저리 헤매고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과정에 대한 확신도 확고하지 않다.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결국 과정을 만들었다. 이제 공개강좌를 시작한다고 공개만 하면 된다.


  공개만 하면 된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지체하는 나를 발견다. 이 느낌은 뭐지? 불안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더니 마음은 아니었다. 12년 전의 나는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격려했고 실수도 경험이라 여기며 뭐든 열정이 넘쳤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실수는 피하고 싶고 익숙한 경험을 반복하려 하니 실력은 늘었을지 몰라도 마음은 퇴보했다.


  잘할 수 있을 텐데 왜 이리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걸까? 내가 약해졌구나 느낀다. 나이가 들어 약해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이번엔 거절하겠다. 40대는 아직 약해질 나이가 아니니까.


  약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불안감을 느낄 때, 익숙하고 잘하는 일만 하려고 할 때, 타인의 피드백을 극단적으로 해석할 때이다. '약해지지 말자!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니 불안해도 전진하다 보면 12년 전의 열정이 돌아올 거야.' 스스로를 격려하는 중이다.


 조금 불안해도 시도하다 보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내가 약해졌다고 느낄 때 약해질 수 없는 비상식적 행동을 하다 보면 뭔가 안 풀리는 듯한 기류도 지나가겠지? 그렇게 약해지지 않는 나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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