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 또다시 찾아오는 기회

by 홍선영

기다리면 또다시 찾아오는 기회



홈쇼핑을 시청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쇼호스트의 말이 있다.

“이제 수량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색상은 매진이고요. 오늘만 이 구성, 이 가격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듣고 있자면,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다시없는 기회를 놓치는 일인 것만 같아 꼭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어느덧 내 손에는 휴대폰이 쥐어져 있고, 다른 한 손은 홈쇼핑의 자동주문 전화번호를 터치하고 있다. 여러 인증 단계를 거치고 나니, 완판 되어 재고가 없다는 음성 메시지에 나의 느린 행동을 원망한다.


느린 행동을 원망했던 사건이 잊힐 때 즈음 홈쇼핑에서는 먼저와 비슷한 상품을 다시 소개한다. 지금까지 이런 구성은 없었다며 마지막 구성이라던 상품은 아직도 남아있다. 가끔은 앞선 상품의 구성보다 더 좋은 구성으로 할인 혜택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럴 땐 행동이 느려서 다행이다. 홈쇼핑을 이용하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구성은 기다리면 또 소개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생에도 마지막은 없다.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순간도 없다. 기다리면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지금 성공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을 낸다.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니 서두르게 되고, 서두른 행동은 서투른 결과를 만든다. 서투른 결과는 스스로를 좌절하게 만든다. 서두를 필요 없다. 지난 행동에 후회할 필요 없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마음 졸이며 안타까울 필요도 없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속단하는 자만을 버려라. 기다리면 기회는 또 온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서두른 행동의 서투른 결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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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 아니어도 기회는 있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스페인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의 최종 순위는 예상을 벗어난다. 스페인에서의 철인 3종 경기가 예상을 벗어난 건 마지막 코스인 마라톤 결승점을 100m 남겨둔 지점에서의 일이다. 3위로 달리던 선수가 마라톤 코스를 이탈하여 막다른 펜스에 부딪혀 넘어진다. 이미 순위는 바뀌어 4위가 되어 있었다. 일어나 전력 질주를 해보지만 바뀐 순위를 뒤집기에 100m의 거리는 역부족이다. 이렇게 경기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결승선 앞에서 추월했던 선수가 속도를 줄이고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이변이 일어났다. 역전에 성공한 멘트리다는 결승선 앞에서 동메달을 양보하며 경쟁자를 기다린다.


철인 3종 경기는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연이어하는 경기다. 중간에 휴식 없이 경기가 진행되어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코스인 마라톤에서 선수들은 비축해 두었던 마지막 힘까지 쏟아내며 결승을 향해 전진한다. 힘든 경기인만큼 순위를 양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순위를 양보하다니 아쉽지 않은가요?’라는 인터뷰 질문에 멘트리다는 “동메달을 놓친 것보다 이번 대회 우승자인 하비에르 고메스 노야와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속상합니다.”라고 위트 있는 소감을 전한다. BBC를 비롯한 언론은 멘트리다가 진정한 스포츠맵십을 보였다며 찬사를 보냈다. 주최 측은 예외적으로 사람들에게 스포츠의 가치를 전한 멘트리다에게 명예 3위의 입상 자격과 상금을 수여한다. 멘트리다의 수상소감을 들은 하비에르 고메스 노야는 뒤늦게 같이 사진을 찍었다.

3위를 양보하였지만 멘트리다는 명예 3위 수상과 1위 선수와의 기념사진을 모두 얻었다. “티글은 경기 내내 저보다 앞서 달렸어요. 그가 3위를 하는 것은 당연해요. 이것이 정의로운 행동입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건 지금 말고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가능하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는 생각은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준다.


기회가 지금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행동은 어떠할까? 당신이 있는 이곳이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 오디션 상이라 생각한다면 어깨에 산을 들고 있는 듯한 무게감이 느껴질 것이다.

어깨를 통해 온몸으로 전해지는 무게감은 신중한 판단과 날렵한 움직임을 방해한다. 평소 정도의 실력을 발휘하려면 더 많은 집중력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어깨의 짐을 내려두자.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니? 인생은 알 수 없다. 앞서기도 하고 때로는 선두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거리로 뒤처지기도 한다. 지금 현재가 아닌 인생 전체를 그려보자. 당신에게 남은 시간만큼 역전의 기회는 언제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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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


100세 시대를 넘어 500세 시대까지 은퇴 없는 실버 생활의 시작.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현실성 있는 이야기이다. 2013년 구글이 설립한 칼리코에서는 500세까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500세의 수명 연장의 가능성은 늙지 않는 동물인 아프리카 벌거숭이 두더지쥐를 발견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름처럼 털이 별로 없는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죽을 때까지 거의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동물로 확인되었다. 질병에 걸려도 다른 포유류와 달리 통증을 느끼지 않고, 암에도 걸리지 않는다. 벌거숭이 두더지쥐 DNA의 비밀이 밝혀진다면 인간의 질병에 대한 고통 해소와 500년의 생명 연장은 현실 가능한 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00세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의료 수준은 이미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블랙모어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2050년이면 인간의 평균 수명이 120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20세라는 인생 전체를 본다면 살아온 날 보다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더 많다. 만약 당신이 20대라면 앞으로 100여 년의 삶이 남아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당신에게 찾아오는 기회가 과연 오늘뿐일까? 오늘 실수했다고 해서 남은 100년의 삶이 실수였다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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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에 들어와서야 승자를 알 수 있는 마라톤과 같이 인생은 결승선까지 가봐야 승자를 알 수 있다. 당신의 인생에 오늘 하루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알 수 없으니 당신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인생 전체를 볼 때 당신은 아직 시작점에서 달리고 있다. 중간에 방향을 잃어 넘어졌다고 해도 다시 경로를 찾아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기회는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언제든 기회는 다시 올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런 생각의 부담감으로 스트레스받지 말자. 오늘의 사건이 당신 인생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과는 아니다.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후회와 좌절이 있지만, 아직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내일 무엇을 할지를 계획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인생의 과정을 살고 있다. 오늘을 후회하기보다 내일을 준비하자. 기다리면 기회는 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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