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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Sep 16. 2021

나를 찾는 여행기-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는 1946년 그리스의 국민 작가-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의해 쓰인 소설이다. 아홉 차례나 노벨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카잔차키스는 1883년 크레타 아라 클레온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터키의 지배 속에 독립전쟁을 겪으며 성장했다. 동서양 사이에 위치한 그리스의 지리적 여건과 터키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적 특이성은 그를 민족주의를 버리고 공산주의적인 행동주의와 불교적 체험을 조화시키려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삶과 작품에 큰 영향을 준 것을 여행으로 꼽을 만큼 길 위에서 자신을 찾는 구도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로서 그리스 문학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에 한 획을 그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고전문학을 소개해주는 유튜브 프로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받았다. 우리나라 5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고전이라는 소리에 호기심 반으로 구매해서 읽어 보았다. 책을 읽는 동안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쉽게 여겨졌다. 소설적 구조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흥미를 끌 것이 없지만 주인공 조르바와 화자 두목의 캐릭터가 워낙 입체적이었고 스토리를 떠나-맥락이 없이 보아도-소설 자체가 아름다운 문장. 즉 미문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충분히 읽는 맛이 느껴졌다.

 

 소설의 큰 축을 이루는 두 명의 주인공은 나란 화자  '두목'과 60대 떠돌이 일꾼 '조르바'이다. 둘은 피레에프스 항구에서 우연히 만나 크레타 섬으로 갈탄광 사업을 하러 들어가게 된다. 두목은 작가의 분신으로 금욕적 이념가이며 정치가이며 지극히 관념적인 사람이다. 그는 혁명과 구도(붓다의 사상)를 아우르고자 한-철학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인생의 정답을 오로지 책과 지식을 통해 깨달으려 하는 지식인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에 반해 조르바는 실존적 인물로 인생이란 항해를 스스로의 경험만으로 헤쳐나가는-어느 것에 도 얽매이지 않는-자유인이다. 그는 금욕주의를 경멸하며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서 도 항상 사람 속에 존재하는 피가 뜨거운 사람이다. 그는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로 고통받지 않으며 그는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하고 삶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자유의 대명사 같은 인물-두목의 영적 스승 조르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이 소설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서사적인 요소보다는 글 전체가 아름다운 시 한 편처럼 여겨졌다. 세밀한 묘사가 글에 생기를 불어넣어 독자로 하여금 마음껏 눈앞에-배경과 인물들과 사건을-그릴 수 있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조르바라는 인물을 통해 인생이란 여정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가치-자유의 의미와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카르페 디엠-현재에 집중하라! 즉 현재적인 삶을 살아라. 이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기적으로 볼 수 있는 비법은 아닐까.

 

 인생을 흔히 여행길에 비유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두목과 조르바라는 두 여정이 교차하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간은 영원한 길 위의 존재다. 누구나 길 위에서 삶을 탐구하기 위해 태어났다. 책벌레였던 두목이 조르바라는 길을 통해 삶의 자세가 바뀌며 단단해진다. 혁명과 구도를 아우르는 작가의 철학적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책. 인생 후반기 나의 삶에 이정표가 되어 줄 선물을 나는 드디어 만났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것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다. 실제 인물이기도 한 조르바의 삶을 통해 그는 원하는 것을 극복해야 자유가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충동은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 회피나 도피가 아닌 내면을 직시하고 뛰어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된다.

 앞으로 나의 남은 삶은 조르바처럼 살고 싶다. 바람 한점, 빛 한 줌에도 오늘 처음 마주 대하듯 감동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의 자유인.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생을 환희로 채울 수 있는 사람. 두려움을 초월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늦은 밤 책을 덮고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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