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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Nov 20. 2020

이 시대에 기계치로 살아간다는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떨치기

 나는 주로 장보기를 온라인을 이용한다. 혼자 살고 뚜벅이다 보니 무거운 물건이나 부피 나가는 물건을  마트에서 집으로 가져오는 게 번거롭고 힘든 까닭이다.

 처음에 어플을 깔고 일일이 회원 가입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한번 길을 놓으면 집 앞까지 다음날 새벽에 정확하게 배송되는 큰 장점이 있다.

 나같이 귀차니스트에게는 장보기가 큰 골치 덩어리였는데, 큰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다.

 요 편한 것을... 처음엔 머뭇거렸다. 젊은 사람들은 아니 장년의 친구들도 컴퓨터를 쉽게 휘리릭 다루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기계에도 겁이 좀 많아 버벅댄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의 소심함이 이런 본능과 만나니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

 아이들은 새로 접한 기계도 몇 번 후다닥 만지면 곧잘 능숙하게 다루는데, 난 혹시 내가 잘못 만져서 새로운 기계가 고장이라도 날까 하는 걱정으로 필요 이상으로 벌벌 떠니... 좀 모자란가 싶다.

 그래도 영 둔한 것은 아니라 차분히 앉아 생각해 보면-요즘 휴대폰은 워낙 스마트하게 나와서-기특하게도 휴대폰은 그런대로 익숙하게 다뤄지는데 컴퓨터는 내가 넘기엔 부담스러운 산이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컴퓨터 운영 프로그램이 엄청 쉽게 나온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컴 이용도 인터넷 서핑이나, 줌 이용 딱 요 두 가지다. 1년 전 글을 쓸 요량으로 저가의 노트북을 장만해서 독수리 타법으로 A4 사이즈 20장 딱 쓰고 알바 시작하면서 그마저도 접었다.

 어쩌다 구입한 노트북이 아까워 사용하려는데, 인터넷 연결이 안 되었다는 창이 뜬다. "뭐가 문제야? " "에잇"

 혼자밖에 없으니 설명 문구대로 시도해 보는데 식은땀이 난다. 결국은 포기. 가까이 사는 제부에게 부탁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내 또래 친구들은 새로운 디지털 기계를 접할 때 아이들이나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나는 자식이 독립해 있어 혼자 해결해야만 해서 어쩔 때는 난감하고 서러울 때가 있다. 형광등 정도 갈아 끼우는 실력에, TV도 거의 안 보는데... 요즘 리모컨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바쁜 제부를 불러댈 수도 없고...

 앞으로 세상은 더 빠르게 변화할 텐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겁이 났다. 그렇다고 마냥 뒷걸음질 칠 수도 없었다.

 우선 친숙한 기계, 스마트 폰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물품을 구입하고, 원하는 교육을 신청하고... 하나하나 내가  기계를 운영할 수 있는 경우를 늘려 갔다.

 아무도 안 가르쳐 줘도 스스로 익혀 나가니 성취감이 쌓이고 재미가 붙었다.

 아이들은 새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클 뿐 두려움은 없다.

  '고장 좀 나면 어때 고쳐 쓰면 되지~'


 급하게 살 것이 있어 오랜만에 집 근처 마트에 갔다. 물품을 구입하고 전에 위치했던 계산대를 향해 걸어가는데 계산원들의 모습이 없다.

 가까이 다가가니 기계 몇 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셀프 계산대' "헉" 다행히 간단한 조작으로 계산을 끝냈지만 살짝 씁쓸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엔 사라질 직업도 많겠다는-인간 대신 기계가 할 일이 많아지겠다는...-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고장 난 엄마의 휴대폰이 수리가 되었다고 동생한테 연락이 왔다. 수리기간 중 번거롭게 사무실 직원의 휴대폰을 통해 요양원에 계신 엄마와 통화를 했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다시 당신 손으로 온 휴대폰에 신이 나셨다. 목소리가 날아갈 것 같으시다. 식사는 잘하시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 기저귀 찬 부위가 무르진 않았는지....

괜찮다고 하신다.

 "엄마~ 오래 사세요! 나 요즘 다시 글쓰기 시작했어.  나 작가 되는 거 보여드릴게~~"

 "오냐, 오냐"

  기계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기쁘 떨린다.

 "바쁜데 전화하지 마. 끊어. 어서 써~~"

 전화를 끊고 한참을 먹먹한 가슴을 붙들고 울었다


 연락 자주 하지 말자는 말씀과는 달리 휴대폰을 다시 손에 쥐신 엄마는 자주 내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내가 밥은 잘 먹는지, 글은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해하신다.

 엄마한테 휴대폰은 단순한 무생물의 기계가 아닌 것 같다. 자식들과 이어주는 탯줄 같은 것...


 또 휴대폰이 또 말썽이다. 한참 글을 써 내려가는데 저장 버튼에 터치가 안 된다. 몇 달 전부터 말썽인데  기계 값도 부담스럽고 새로운 기종을 익히는 것도...

 모르겠다. 어찌어찌 배워보면 되겠지. 다 덤벼라~~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도 있어...

 두려움 옆에 용기란 놈이 가만히 저요, 저요!  손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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