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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예쁜손
Nov 29. 2020
나란 여자는...
내가 보는 관점에서
나는 내 이름이 참 좋다. 흔하디 흔한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은경아"
불러주면
가슴이
금세 따뜻해지면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런
반응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는
개성 없고, 흔한
내 이름이 한동안 부끄러웠었다. 새 학년으로 올라갈 때마다 늘 한, 두 명씩은 '은경'이라는 같은 이름의 친구가 있었고 심한 경우엔 한 반에 나 포함해서 3명의 성이 다른 은경이가 존재하기도 했다.
아이의 직감으로도 평범한 이름을 가진 자는 이름대로 그럭저럭 소시민의 삶을 영위할 것만 같았다.
기억을 더듬어 스무 살 전의 어릴 적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내가 떠오른다.
물론 타고난 기질은-여리면서도 고집이 세다.-변하지 않았지만 좀 더 적극적이었고, 불의를(?) 보면 욱할 줄도 아는 정의감 넘치는 나였는데...
지금의 나를 보면 가끔 동생은 예전의 나를 떠올리고는
"우리 언니 기가 다 죽었네. "
하며 한숨을 쉬곤 했다.
어디 사람이 나이를 먹어 변해가는 것이 나뿐이겠냐만 변해도 너무 변한 언니를 동생은 안쓰러워했다.
예전의 내 활달한 성격을 기억하는 학창 시절의 친구들은 굴곡진 내 삶에서 자연스레 퇴장하였고 지금의 게으르고 소심하고 의욕 없는 나란 여자를 나의 친한 이웃이자 벗인 지금의 지인들은 1도 의심 없이 내 기질로 알고 있다.
좀 억울한 면은 있지만 그들에게 보여 준 내 모습은 웃음기 없는 건조한 표정에 항상 우울을 달고 살았고 매사 자신 없어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무튼 그건 그녀들이 아는 내 모습이고 내가 아는 나와는 차이가 있다.
평범치 않는 것,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소박하고 평범한 것보다 멋지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여고시절 담임선생님께서
" 넌
어린아이가 눈빛이 깊구나."
하시는 말씀도
그 안에
담긴 선생님
의 제자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가 특별한 아이가 된 것 같아 두고두고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그러나
세상일은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알콩달콩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일도 나에게는
사치였다
.
건강도 잃고, 마음의 병까지 얻고서야 소박한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눈물 많은 여자이다. 어릴 때부터 눈물도 많고 울음 끝도 길어 어른들이 타박도 많이 받았었다. 슬픈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볼 때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있을 때도 눈물을 흘린다.
천성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렸다.
그러던 나도 눈물이 메말렀던 적이 있다. 결혼생활이 힘들어 극에 치달았을 때
,
우울증이 깊이 나를 잠식했을 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슬픔에
예를 갖추어야 될 장소나 내가 정작 서럽게 울어야 할 상황에도 거짓말처럼 그 많던 눈물은 사라졌다.
흐르는 세월은 사람을 누구나 변하게 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지질하고 미련하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할 상황에도 참을성을 발휘하고 예 또는 아니 오도 정확하게 남들에게 표현 못할 때가 많다.
자존감은 바닥이고 새로운 일을 앞두고 두려움에 포기하기 일쑤다.
하지만 나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배려가 있는 사람이다.
다행히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깊어졌다...
막혔던 눈물샘이 터졌다. 혼자, 나를 직면하는 시간은 아직도 아플 때가 많다. 아무도 토닥여줄 사람이 없어 나는 나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앉으며
"사랑해"
하고 주문을 건다.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수화기 너머 나를 부르는 소리
"은경아~"
자매, 집사님, 누구 엄마... 아닌 내 이름, 은경~
잊고 있던 건강한 내 존재가 살아난다.
나는 내 이름이 좋다. 평범하고 친근해서 좋다. 한참 삶의 깊은 터널을 통과할 때 그녀가 불러준 내 이름으로 나는 희망을 보았다. 이런 사연을 그녀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ㅎㅎ
이제는 안다. 소박한 것,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원한다고 누구에게나 다 가져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진짜 어른이 되니 평균치의 삶을 사는 것은 축복이라고 느껴진다.
예전의 적극적인, 자신감 넘치고 할 말 다하는 내가 아니면 좀 어떤가?
난 지금의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 좀 부족해도 사려 깊고 배려심 많고 나와 같이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나...
아니 고백건대 진행형이다. 나의 바람이다.
나는 더 이상 특별한 삶을 꿈꾸지 않는다. 그리고 흔하디 흔한 내 이름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나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것이고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안아주며
"사랑해"
하고 주문을 외울 것이다.
그런
나의 이름은 흔하디 흔한 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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