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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Dec 01. 2020

빨간 립스틱

 매번 립스틱을 고르는 일은 내게는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지천명을 훌쩍 넘기고도 내 피부톤에 맞는 색깔을 찾는 것이 힘들게 여겨지는 건 나만의 일일까?

  화장을 안 하는 나는 그래도 립스틱만은 바르고 다녔다. 왠지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화장을 했다.




 나는 돈을 버는 작가가 되는 것이- 요즘의 나의 꿈이다. 생계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몸이니 당연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 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물론 아직 한걸음만 뗀 작가 지망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꿈꾸는 자는 아름답다 하지 않았는가? 호호

 참 작가 이전에 시간을 한참 거슬러 중학교 때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난 물건을 보는 안목과 센스가 있다. 어릴 때부터 옷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익힌 감각 같다. 단 튀지 않고 절제된 미, 꾸민 듯 안 꾸민 듯하는 게 나의 콘셉트 호호

 체형과 얼굴과 피부톤에 따라 디자인과 색감이 달라진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타인까지 코치할 실력은 못되어도 적어도 나 스스로는 그럭저럭 꾸밀 줄 알았다.



 젊은 날은 내게 맞는 색감과 디자인보다는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했다. 나 역시도 가끔은 유행을 좇아가기도 했다.

 옷은 무채색 계열을 좋아했고 나의 이미지랑도 잘 어울렸다.

 화장은 대학 입학 초기에는 호기심에 몇 번 해봤지만,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이 싫어 민낯을 고집했다. 그러면서도 립스틱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옷은 그럭저럭 나만의 컬러를 찾았는데, 립스틱은 나한테는 고르기가 까다로운 물건이었다. 막상 원하는 색깔을 골라도 테스팅 과정을 거쳐보면 원래의 그 색이 안 나오고 내 고유의 입술색과 합쳐져 변형된 색이 나타나곤 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차선으로 그해의 유행하는 컬러에 튀지 않는, 색조 톤이 다운된 것을 골랐다.



 사실 젊었을 때부터 도전하고 싶었던 컬러는 레드다. 빨간 니트나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왠지 나랑은 어울리지 않아 충동적으로 구매하고도 동생이나 친구에게 주곤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보다는 남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더 의식하고 있었다.

 세월은 흘렀고 그 후로도 쭉 나는 빨간 립스틱을 제외한 다른 컬러의 립스틱을 여전히 구입했다.



 언제부턴가 좋아하는 -나를 -꾸미는 것도 시들해졌고, 글을 쓰고 싶어도 가슴속이 꽉 막혀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었다. 할 말이 많을수록 나의 언어는 허공으로 흩어져 갔다.

 그 무렵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브런치의 작가가  것을 축하한다는...

 터널로 한줄기 빛이 들어온다. 막혔던 내 삶에도 '희망'이란 놈이 걸어 들어온다...

 


  나이 많은 선배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라고...

 나는 젊었을 때부터 빨간 립스틱이 바르고 싶었다. 빨간 립스틱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처럼 애절하고 변함없다.

 '화장을 안 하니 포인트 컬러로는 어떨까?'

'이 나이에 쥐 잡아먹었냐고 놀리겠나?'

 후회하더라도 시도는 해보기로 했다.

"레드 컬러 립스틱 주세요 ""몇 번 컬러 드릴까요?"엥? 레드만 수십 가지다...

나한테 어울릴만한 것으로 테스팅한다. 

 코랄빛 레드나 와인빛  레드보다는 내게는 장밋빛 레드가 어울린다. '와우~~ 드디어 찾았다.'



  나는 젊었을 때도 못해본 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입술만 동동 뜨지만 바르고 있을 땐 마치 원더우먼처럼 힘이 난다.

 까만 무채색 코트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내가 당당히 거울을 보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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