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쁜손 Dec 07. 2020

불면증

 지독한 놈이다. 열흘째  강력한 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매일 잘 때마다 먹는 수면제도 이번엔 잘 듣지 않는다.

 약을 복용하고 12시쯤 누우면 어김없이 몇시간을 못 버티고 잠에서 깬다. 나는 꿈속에서 조차 글감을 찾아 헤매고, 스트를 앞둔 학생이 되어 빈 시험지를 제출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하는- 악몽을 꾸다 새벽 3시 언저리쯤 화들짝 놀라 쫓기듯 깨곤 한다.

 오늘은 못 마시는 맥주 한 캔까지 들이부었는데도 머리만 아프다.


 이상하다. 낮에 아무리 피곤하게 몸을 굴려도 밤만 되면, 몸은 천근만근 피곤한데 눈은 말똥말똥.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고부터 찾아온 불면증이니 꽤 여러 해가 되었다.

 처음부터 약을 먹은 건 아니다.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해도 내리 이, 삼일을 꼬박 새우기를 여러 번 반복하곤 하니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어 다니는 정신과에서 수면제까지 같이 처방을 받아 복용한 것이 한해, 두해... 

 작년 여름부터 우울증 약과 더불어 수면제도 차츰 끊어갈 것을 담당의와 상의하고 용량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는 차였는데, 요즘 열흘 넘게 하루를 두, 세 시간 자고 버티니 하루가 몽롱하고 꿈속에 있는 듯 비현실적이다.(난 수면제를 복용하고 취침하면 대개 5~6시간은 수면을 취함.)

 낮에 활동량도 수면의 질과 중요한 연관이 있지만 밤잠을 잘 자기 위해 좋아하는 커피도 오후 2시 이후는 마시지 않았고 낮잠이란 단어는 내 사전에서 지워버렸고 침실의 조명은 어둡게, 잠자는 시간 외는 눕지 않았고, 멜라토닌이(수면을 도화주는 호르몬) 활성화되는 시간에 맞춰 잠자리에 들었고. 햇볕을 좇아 산책을 했었다...


 열심히 나름 애는 썼는데 노력만큼 큰 성과는 없고 여전히 오늘도 쪽잠을 자고 말았다.

 몸은 물먹은 솜 같은데 의식은 점차 날을 세운다. 그냥 자리에서 뭉기적대던 다른 날과는 달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3시 20분. 피곤한 몸과는 다르게 고요하고 적막한 한밤중이 이상하게 포근하게 느껴진다. 

 난 좋게는 섬세하고 나쁘게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젊었을 때도 골똘하게 생각할 것이 많거나 걱정거리가 많으면 혼자서 끙끙대며 잠을 못 이루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따뜻한 찻잔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곰곰이 내 무의식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실체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나는 대학시절 이후 처음 다시 글을 쓴다. 계기는 너무도 우연히 시작되었고 한 달을 미친 듯이 글감을 생각했고 생각과 동시에 글로 완성했다.

 습작은 너무 오래전 경험이라 생경했지만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하고 싶었던 내면의 말들을 쏟아놓았다.

 마치 그것은 내 몸 세포 구석구석 녹아져 있던 것이 분출되는 듯했다.

 결혼과 이혼을 겪으며 말문이 막혔던 나는 다시 펜을 잡음과 동시에 나의 오래전 꿈을-작가가 되는 것-떠올릴 수 있었고 다시 새롭게 다짐했다.

 사실 말문이 트인 며칠은 내가 무언가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느꼈다.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일로 가슴 벅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많은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가며 나의 초라함을 실감했고... 언제부턴가 글감에 쫓기는 내가 초심을 잃은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불면증이 심해진 것은 그쯤이다.


 불혹도(40세) 지천명도(50세)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보이는 것들에 심하게 흔들리는 내가 부끄럽게 여겨진다.

 궤도를 수정했다. 그렇다고 글 쓰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난 벼락치기 선수고, 단기 알바가 주 종목이지만 그건 나의 재능과 적성과는 무관한 것들이었다.

  한 10년만 우선 글쓰기를 해 보려 한다.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 말씀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0년 이상을 갈고닦아야 된다고 하신 말씀...

 그다음 목표는 그때 가서 정하면 되겠지.


 음악을 좋아하지만-정확히 말하면 듣는 것-나는 음치다. 고음불가이다. 어릴 적 제법 잘 불렀는데, 중학교 때 합창반 소프라노 단원 모집에 응시했다가 중간에 삑사리(?) 나는 바람에 아이들 앞에 망신을 당했다. 그 후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목소리도 자기 영역대가 있다. 고음, 중음, 저음 영역. 자신만의 보이스 컬러대로 부르면 되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브런치에도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양과 색깔이 조끔씩 차이가 난다.

 내가 그들이 될 수 없고, 그들도 내가 될 수 없다...


  

 아~~~ 함 하품이 쏟아진다. 왠지 오늘 밤엔 꿀잠 잘 것 같다. 줄곧 나를 괴롭히던 시험보던 꿈도 bye~~~


 

 


 

 


  

  



 


 


 


 

작가의 이전글 '엄마'라는 이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