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라는 호칭이 너무 좋다. 물론 성인이 되면 보통은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난 그냥 '엄마'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어릴 적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며 "엄마" "엄마"하고 부르던 모습이 생각나서 좋고 이미 성년을 지난 아들이지만 "엄마"라 부르는 아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서 행복감을 주니 더 좋다.
그런데 아들은 가끔씩 '어머니'라고 부를 때가 있다. 뭔가 나한테 미안해할 일이 있을 때-사과하려 할 때다. ㅎ
'아버지' '아빠'의 사랑도 깊이가 있겠지만 엄마의 사랑은 본능적이어서 좋다. 그 무조건적인 사랑이 좋다.
누가 나 이외의 사람에게 이렇게 무한의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누군가 나에게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을 묻는다면 난 당연히 '엄마'가 된 것을 말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로서 자질이 다른 엄마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냥 우리 보통의 엄마들처럼 자식들을 살뜰하게 살피고 포근하게 감싸주고 그것으로 행복해하는 사람일 뿐이다.
흔들리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나 역시 고단한 삶의 여정을 거쳐오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 다시 삶을 일으키는 힘의 원동력이었다.
내가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의 엄마를 부르는 것처럼 나의 아들도 슬플 때나 기쁠 때 나를 엄마라고 부를 것이고 나는 그 아이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아이와 나는 유대감이 깊다. 아이 아빠와는 잦은 별거로 아이는 나의 친구이자 아들이었고 아들은 상대적으로 더 마음 편하게 다가 올 대상이 엄마인 나였다.
아들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거의 나랑 둘만 지낸 시간이 많았다.
지나고 보면 그 시절도 내가 엄마이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때로는 아이를 키우면서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한 번도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오히려 내 팍팍한 삶에 위로자로 와준 아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엄마라고 불릴 때는 없던 자신감도 샘솟고 기운이 났다. 아이를 보살펴주고 감싸주고 사랑해주면서 나도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에 가는 것을 느꼈다.
아이한테 쏟는 무한의 사랑은 어떤 때는 의도한 악역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들이 한참 사춘기로 방황하던 때 나는 혹독한 엄마의 모습으로 아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였다.
내가 암수술을 마친 지 얼마 안 돼서 나라안에 신종 플루로 시끄러웠을 때 아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 나는 주저 않고 고열이 나는 아들 옆에서 밤새 간호하였다. 세상의 엄마들은 다 그러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아들은 군에 입대했다. 이상하게도 그때 훈련소에서 내게 쓴 편지에는 꼬박꼬박 '어머니'라고 쓰여 있었는데 훈련기간 끝나고 면회가 니 다시 씩씩하고 늠름한 목소리로 "엄마"라 불렀다.ㅎㅎ
어투, 표정, 눈빛, 뒷모습, 메시지의 행간에서 나는 아들의 기분을 읽는다. 엄마하고 부르는 목소리의 높낮이에서도 아들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난 그래서 엄마다.
오래전 아이가 내 뱃속에 하나의 생명으로 자라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엄마는 아이의 안위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어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글이 풀리지도 않고, 아들이 생각하는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도 궁금했다.
"아들, 엄마 하면 떠오르는 생각 있으면 다 말해봐."
"글쎄... 생각을 안 해봐서..."
"엄마나 가족은 물이나 공기 같은 존재지 그냥...ㅎㅎ"
갑자기 요양원에 계신 엄마가 보고 싶다. 코로나로 요양원 면회가 안된 지 한참이다. 엄마랑 통화할 때는 주로 자식들 걱정만 하신다. 엄마의 아픈 손가락 나에 대한 걱정...
밥은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새로 글쓰기 시작한 것은 잘되는지... 깨알 같은 걱정들...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내 안의 자식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몇 분의 일만이라도 엄마에게 쏟아냈다면 엄마가 많이 행복 해하셨을 텐데...
'엄마 미안해.' '엄마 사랑해.'
엄마한테 받은 사랑이 넘쳐흘러 제 아들한테 가네요. 이 사랑이 흘러 또 자식의 자식으로 가겠죠.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
나는 엄마라서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 아들의 엄마고 우리 엄마의 딸이 여서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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