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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Dec 24. 2020

나 홀로 크리스마스~~

 혼자 지내는 나에게 하루는, 매일매일이  비슷한 그날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일 년 중 이맘때에는-크리스마스 시즌-유독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많이 든다.

 올해는 한 달 전부터 아들 녀석과 크리스마스 전날 같이 식사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마루가(아들이 키우는 강아지) 큰 수술을 며칠 전 하게 돼서 당분간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니 이동할 수 없고... 암튼 이래저래 또 혼자 보내게 생겼다.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그냥 지나치기 섭섭해서 엄마 좋아할 만한 향수 하나 골랐어. 택배로 보낼게. 크리스마스 선물이야~~"하고 아들은 멋쩍게 웃는다.

 잔정이 있는 스타일은 아닌데... 내심 제 딴에도 미안했나 보다.

 크리스마스 선물, 얼마 만에 받아 보는 건지 말만 들어도 아들한테 서운했던 마음이 언제였는지 봄눈 녹듯 사라졌다.

 아들에게 엄마나 조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 준 적은 있어도 정작 나는 받아보지 못해서 언제부터인가 스스로에게 연말, 크리스마스 즈음에 평소 가지고 싶은 것을 고르곤 했다.

 작년엔 빨간색 무선 포트를 장만했고 올해는 11월에 부산 다녀온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사랑하는 아들로부터 선물을 받으니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들은 올 수 없지만 혼자서 청승 떨지 않고 조촐하게라도 홈파티를 즐기고 싶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삼삼오오 정답게 모여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 이상 행복한 일은 없겠지만 사정이 허락지 않았...  혼자라도 마음먹기 따라서는 얼마든지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름 혼자 놀기의 고수 아닌가.

 '우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지? 케이크는? 메뉴는?' 생각만으로도 오랜만에 맛보는 설렘이다.

 그동안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챙기고 살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게 쏟는 내 사랑이 많이 모자랐는지 별거 아닌 파티 준비에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다.

 '우선 텅 빈 냉장고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아서 낼 아침에  도착한 식품들로 채워놓으면 되고... 음 메뉴는 뭘로 할까?' 딱히 먹고 싶은 건 떠오르지 않고 마음속에서는 손쉽고 간단한 걸로 하라고 노래를 부른다.

 '혼자니 음식 한, 두 가지에 작은 케이크 하나 있으면 되겠지. 샐러드를 기본으로 하나 준비하고 파스타나 고기 요리를 하나 하면 되겠다.'



 서둘러 퇴근했다. 근처 베이커리에 들러 제일 작고 제일 예쁜 먹음직스러운 케이크 하나를 골랐다. 작고 앙증맞은 내가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이다. 술은 못해도 왠지 파티에 기본으로 준비해야 될 것 같아 와인 한 병을 살까 하고 잠시 망설이다 도로 내려놓고 맥주 한 캔을 샀다.

 거리로 나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파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 바삐  걸어 다녔는데... 날이 좀 풀려서 그런 걸까 사람들 표정과 걸음걸이가 한결 여유롭다.

 나와 같은 서민들에게 추운 겨울은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면서 코로나 홈리스 족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

 제발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청소를 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만한 특효약도 없다. 단출한 살림이니 정리까지 해 봤자 한 시간이면  넉넉잡고 뚝딱이다.

 오늘 저녁  온라인몰에서 장 볼 목록을 메모하고 내일, 당일 날 준비할 것을 빠짐없이 체크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도 나만의 파티 준비에 -열중하면 할수록- 마음이 서늘해지고 맥이 빠지는 이유는 뭘까? 생각을 안 하려 해도 자꾸 청승맞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온다.

 나는 나인데 좀 외롭고 쓸쓸하다고 남들이 하는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나를 위하고 사랑하는 방법인양 따라 하니  자연스럽지도 않고 마음도 오히려 더 불편했다.

 가까운 지인들이 가족들과 귀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럴 때는 왜 그렇게도 부러운지 모르겠다. 그냥 이번엔 그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집안을 장식하고 식구들과 음식을 나누는 것을 흉내 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열심히 나만의 홈파티 준비하다 원래의 내 모습, 귀차니스트로 돌아왔다.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어제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너무 일찍 깼다. 오늘은 성탄절 전날이다. 어제 혼자 파티한다 들떠 있다 혼자 김을 뺀 것이 우스워 씩 웃었다.

 그냥 평소 여느 때와 같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보내고 싶다.

 요양원에 계신 엄마가 떠올랐다. 미처 그녀의 외로움은 떠올리지 못했다. 죄송했다. 오늘 제일 먼저 엄마에게 전화부터 걸어야겠다. 매번 자식은 먼저 챙기면서도  엄마는 내가 바쁘다고, 아프다고, 여유가 없다고 하면서 툭하면 잊고 살았다. 나는 참 나쁜 딸이다. 그러면서 아들이 나를 잊고 사는 것 같으면 서운해하는 게 나...



 동이 터 오를 때까지 방에 불을 켜지 않았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계속 나왔다. 나도 모르겠다. 이건 엄마에 대한 미안함만은 아니다. 무언가 복합적인 미묘한 감정이 나의 눈물샘을 건드렸다.

 참 난 이 순간에도 이기적인 딸이다. 불쑥 수면 위로 서러움까지 몰려온다.

 


 지금 나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아낌없는 사랑을 줄 친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친구 예수님~

 나도 엄마도 나의 아들도 그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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