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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Mar 14. 2021

슬럼프 극복 프로젝트 개시~~

두근두근 대는삶 속으로걸어가기.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은 내 친구 명희 씨 카페이다. 내가 하는 일들이 주로 오후에 잡혀있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면서 -하루의 시작을 작가 지망생답게 -글 쓰는 습관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대개의 경우는 가게의 오픈 시간인 열 시에서 정오까지 머무르며 가게의 상호명처럼 습작을 하며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카페 이름은 '꿈꾸다')

 주택가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작은 카페는 오전에는 손님도 뜸하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의식을 치를 수 있는 창가의 2인용 좌석은 -그 시간에 거의 비어있으니 글을 쓰고 사색과 명상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호호 사실 사색과 명상이란 말은 거창하고 나의 주특기인 멍하니 이런저런 잡생각 하는 것이 고작이다.

 글은 어쩌다 막힘 없이 술술 나오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달랑 몇 줄 쓰고 한숨만 내쉬고 식은 커피를 원샷하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또 어떤 날은 운 좋게 글감이 떠올라 열심히 쓰다가 중간쯤 막히고 끙끙대다 집으로 와 막혀버린 그 줄에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휴지통으로 쏙 들어가 버린 경우도 종종 있다.

 에고, 다 내 역량이 부족한걸 탓할 이도 없고... 애꿎은 머리만 쥐어뜯고 돌아올 때도 많다. 그래도 코로나 방역지침이 2.5단계 때 카페 취식 금지 때 빼고는 친구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쓰는 공간으로 애용하고 있다.



 처음 글을 쓰고는 한, 두 달간은 성실히 매일 한, 두줄이라도 꾸준히 쓰는 습관을 들였는데 석 달 째로 접어들면서 내 안의 저장창고가 바닥나면서 아직도 이리저리 헤매는 중이다. 처음엔 영감이 안 떠오른다고 내 창의력 부족을 탓하고 마냥 영감이 떠오르기만 기다렸는데... 시간이 가도 떠오르기는커녕 더 시작하기가 힘들었다.  조급함이 드니 쓰이는 작품마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보였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었을까. 늦게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시작하려 보니 초조함이 컸다. 그 길이 오랜 기간 힘든 수련의 시간을 거친다는 것도 알지만 꿈을 꾸고 싶었다. 나의 2막의 인생은 도전으로 반짝이는, 생명력으로 파닥이는 삶을 살고 싶었다.

 빨리 나의 재능과 기량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창작을 위한 좋은 습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존경하는 프로 작가들도 그들의 기량을 유지하고 갈고닦기 위해 거의 매일 일정 공간에서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꾸준히  쓰기를 한다고 한다. 그것이 그들의 창의력에 방아쇠를 당겨 주는 토대라 생각했고 이제 막 수련생이 된 나도 비슷하게나마 흉내 내고 싶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열정도 끈기도 없이 죽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남은 삶은 가슴 뛰는 일을 하며 마무리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 창작을 위한 기초 공사-뼈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글 쓰기를 시작하고부터 한시도 글에 대한 생각을 잊은 적은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이 일이나, 상황 등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때마다 나와의 약속이-매일 한 줄이라도 쓰기-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다 보니 얼마 전에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다.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부정적인 말들이 올라왔다. '너의 재능은 보잘것없고, 너의 창의력은 뻔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너의 글은 낡고 올드해서 참신한 매력을 찾기 어려워... '하고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러한 부정적인 사고는 일과 휴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습관에 가장 중요한 리듬을 깨고 잦은 슬럼프를 가져왔다.

 마음의 평정심이 무너졌다. 처음엔 자연스레 영감이 떠오르는 분위기를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었는데 그놈의 창의적인 영감은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어디에 꽁꽁 숨어버렸는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내 자아가 갈팡질팡 헤매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오는 책이 한 권 있었다.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계속하게 만드는 루틴의 힘'이라는 책이었다. 낙담하고 기운이 쭉 빠져있는 내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읽어 보았다. 그런데 짧은 이백 쪽짜리 책에서 내가 고민하던 문제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인생에서 무언가 성취하고 싶은 일을 달성하기 위한 노하우가 담긴 실천 교본이다.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들을 익히는 방법을 통해 우리가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책이었다.


 나는 나의 글감 빈곤이 순전히 창의성과 다양하지 못한 경험에서 오는 거라 믿고 있었는데 내가 올바른 습관을 유지하지 못해서 겪는 좌절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느낌이 맞았다. 마냥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을 때보다 나의 리듬에 맞게 규칙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때가 더 창의적인   생각들이 찾아왔던 것이고 지금의 나의 아이디어 빈곤은 내가 가진 창고의 자원이 고갈된 까닭이다. 빈 창고를 채우는 것도, 규칙적인 글쓰기 훈련을 하는 것도 나한테는 시기적절한 충고였다.

 소설가 스티븐 킹이나 무라카미 하루키조차도 글을 쓰고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서 동일한 도구나, 상황, 배경을 이용해서 창의적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하물며 막 걸음마를 뗀 초짜 작가 지망생은 그런 일종의 훈련 없이 영감이 떠오르기 기대했던 것은 큰 교만이자 그릇된 생각이었다.

 내가 너무 성급했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작가가 되기 이전에 무엇을 하던 사람은 평생 배우는 자세로 겸손하게 살아가야 함을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작은 하루의 습관들이 모여 나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것. 너무도 쉽고 단순한 사실을 왜 나는 자주 잊고 헤매고 있는지 나이를 헛 먹은 것 같아 속이 상하고 부끄러웠다.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고민하기 전에 -그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에 -신발끈을 고쳐 매고 나의  레이스에 맞게 규칙적으로 자주 걸어가면 될 것이다. 그 길 끝에 무엇이 나오던지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습관의 힘을 믿어 보고 싶다.


 쉽게 싫증을 내고 지구력 바닥인 내가 그래도 인생 레이스에서 가장 잘할 수 있고 ,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꿈은 글 쓰는 일이다. '체력이 약한 저질 체력이면 어때 천천히, 꾸준히 걷다 보면 마지막 결승선에 도달하겠지...'

 카페의 유리문을 열자마자 나의 등장을 알리는 풍경 소리가 울린다. 주문은 항상 그렇듯이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나의 자리로 걸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요즘은 글 밑천이 없어 내 창고를 채우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한다. 휴대폰 거치대와 읽다만 책 한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명희 씨가 갓 뽑아낸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다.

 오늘은 조카에 대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감사하다. 첫 문장은 바닷속 유연한 물고기의 몸짓처럼 부드럽게 풀린다. 한참을 써내려 갔다. 문득 시간을 보니 한 시간쯤 흘렀다. 휴식 시간은 창밖을 보며 멍 때리기. 수고한 뇌의 이완을 돕는 작업이다. 호호호 너무 거창한가. 아무려면 어떠한가. 한 시간 일하고 잠시의 달콤한 휴식을- 창밖의 자연을 통해-갖는다.



 뒷 목이 뻐근해서 시계를 보니 정오가 다 돼간다.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명희 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배꼽시계가 울려댄다. 집으로 가는 길 후드득 봄비가 쏟아진다. 빗줄기가 굵어 뛰기 시작했더니 호흡이 가쁘다. 뛰기를 멈추고 숨을 몰아쉰다.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쓰고는 그냥 천천히 걷는다. 걷다 보면 이 길 끝-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린다. 쓰다만 글의 막힌 부분이 떠오른다. 다행히 오늘 마무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혹 가다 글이 막히면 그래도 난 괜찮다. 낼도 모레도 조금씩 쓰다 보면 끝이 보일 것이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걸어갈 것이다. 꿈이 요동치는 삶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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