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위대한 발명품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에게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어쩔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와 시야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타이레놀'.
머릿속에 수많은 벌레들이 뇌수를 핥다 먹는 듯한 느낌의 두통과 컵라면 정도는 거뜬히 끓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열감으로 괴로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타이레놀'이 결코 뜬금없는 선정은 아닐 것이다.
'타이레놀'에 의지하여 그 고마움을 느낀 사람이라면 약의 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의 기전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해열-진통 효과가 있는 정확히는 밝혀져 있지 않다는 것에 호기심과 스릴을 느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책을 흥미롭게 안 읽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은 생각이 막히면 억지를 부리고 싶은 법이다.)
이 책 <분자 조각가들>은 의약화학사에서 흥미로운 "약" 개발의 역사와 뒷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금술에서 화학자들이 신약 개발로 전향한 이야기부터 타이레놀이 겪은 우연한 사건들, 아메리카독도마뱀의 호르몬이 비만 치료제 삭센다로 이어진 사연, 의약 최대의 흑역사인 탈리도마이드의 부활, 현대 신약 개발의 트렌드까지 의약품 역사 속의 아이러니와 우연이 흥미롭다. 결국 "약"의 세계도 새옹지마가 통한다.
추가로, 바르비탈, 페노바르비탈, 부토바르비탈, 펜토바르비탈, 탈리도마이드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 화학 성분 이름은 러시아 소설 한 편 읽는다 생각하면 그렇게 거부반응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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