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의 자아 발견을 위한 배움의 여정
미국 아이다호 벅스피크.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의 역사가 이어져 흐르고 있는 산기슭과 계곡 사이로 문명의 찌꺼기가 쌓여가는 폐철 처리장 한가운데에 두엄이 잔뜩 묻어 있는 장화를 신은 소녀 한명이 서있다. 그녀는 16년이라는 세월 동안 학교를 가 본적도 없고, 병원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아 본적도 없다. 심지어 그녀는 출생증명서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제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자아를 찾기 위한 투쟁의 여정을 외친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 속 이야기로...
모르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의 근본주의인 부모 밑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타라 웨스트우드는 16년간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채, 모든 국가 시스템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고립하면서 종말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노동력 착취와 조울증 오빠의 폭력을 견디면서도 17세에 대학에 합격하면서 기적과 같은 여정을 시작한다. 그녀의 기적 같은 여정을 간단히 요약하면, 2008년 최우수 학부생상라 명예와 함께 브리검 영 대학교(학생들 중 98%가 모르몬교신도)를 졸업하고, 2009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석사를 받았다. 2010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냈고, 케임브리지로 돌아온 뒤 2014년에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것은 자신의 성공을 포장하거나 역경을 통한 자기계발이 아니다. 그녀가 이 여정을 통해서 진실로 말하고 싶은것은 스스로가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특별한 가족과 특별한 과거의 경험을 극복하고, 세상 속으로 나아갈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고뇌하고 고통 받는 모습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소설 같은 비유와 서정성이 넘치는 문장 속에 담겨 있는 현실은 냉정하고 처절하며 비참하다. 여느 10대 소녀라면 누려야할 부모의 따뜻한 온정과 든든한 울타리 대신 거대한 폐철 절단기에 몸을 맡겨야 하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헛간 지붕을 올려야 하는 환경은 그녀가 알고 있는 세상 전부였다.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것 조차 힘들었다.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없었기 때문에.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역사 속 실존인물을 구별할 수도 없었던 그녀가, 아버지가 구축한 세상이 처음이나 마지막였던 그녀가, 페철처리장의 모습이 전부였던 그녀가, 대학에서 배움을 통해 비로서 세상을 배우고, 벅스피크에 갇혀 있던 족쇄를 벗어버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야 말로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날 밤 나는 그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이 책은 뻔한 자기계발서가 아닌, 탁월한 영웅의 이야기도 아닌 (물론, 그녀의 능력치는 보통사람을 뛰어넘는다. 누구나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극단적으로 편향된 하나의 세계에 갇혀 있던 소녀가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투쟁 과정을 통해 배움의 본질에 다가가기 때문에, 딱 떨어지지도 통쾌하지도 않다. 오히려 답답한 문턱에 휘청거린다. 그것이 현실이니까.
우리 시대에 배움 용량은 차고 넘치나 정작 세상의 눈은 여전히 한쪽으로 몰려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