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당신은 도대체 책을 왜 읽어?"
나와 같이 살고 계신 고마운 그 분께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서슬퍼런 질문의 칼날을 들이민다.
머리 속에 생각들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하수구 물빠지듯 빠져나가 순간 멍해진다.
비어버린 머리 속 빈자리에는 저 질문은 왜 했을까? 뭔가 거슬리는 것이 있었나?
제발 저림으로 채워진다.
물론, 그 분과의 대화 중에 문맥에 적절치 못한 어휘를 선택하고, 버벅대고, 엉뚱한 고유명사로 어이없는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이런 의문이 전혀 생뚱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갑자기 비꼼의 내공으로 잡아 틀어댈 줄은 몰랐다.
아니면, 최근 내 생활 중 유독 튀어나온 부분이 책 읽는 시간이다 보니, 유난스럽게 눈에 띄는 모습이 책 읽는 모습이다 보니, 슬슬 짜증지수가 올라가니 알아서 자제하라는 신호 일수도 있다.
이 단순한 질문에 실린 압박감이 유독 크게 느끼는 이유는 나 스스로도 이미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또다시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전자책을 클릭했다.
"나는 책을 왜 읽을까?" 이 질문을 피하기 위해 난 책 읽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난독증에 가까울 정도로 활자매체와 친해지지 못했고, 책이라는 물건에 대해서 관심이 전무했다. 책 한권 완독한다는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였으며,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이벤트 였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계기는 이상하리 만큼 단순하고 우연이였다.
어쩌다 듣게 된 어느 팟캐스트 출연자들의 지적 유희가 무식하게 늙어가는 나를 불현듯 돌아보게 했고, 갑자기 왜 사는지도 모르는 채 하루 하루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허무했다.
이런 내 자신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혹시 책이 탈출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상한 갱년기가 온것이다.
그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