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너그러운 세대와 편협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너무 덥다.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니, 한 여름 여지없는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된다.
폭염 뿐인가? 겨울이 되면 기록적인 한파로 몇 개월전 폭염의 기억을 얼려버릴 것이다.
산업 성장과 문명 팽창만이 절대선이라 생각한 인류가 지구를 괴롭힌 결과로 이 사달이 났으니, 누굴 탓하고 원망하랴…
비단, 날씨만 양극단을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 우파와 좌파 (각기 상대방을 부르는 다른 이름인 극우, 극좌…) 등 양극단의 정체성 정치는 전세계를 갈등과 대립의 블랙홀로 빠져들게 하고,
신자유주의 경쟁 속에 누구나 자기가 다른 누구보다 더 고통을 받는다고 강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시대가 향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그 미래를 만들어 갈 젊은 세대는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까?
전작 <바른마음>으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로 자리 매김한 '조너선 하이트'가 ‘개인의 교육권을 위한 재단 FIRE’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변호사 '그레그 루키아노프'와 같이 작업한 이 책 <나쁜교육>은 젊은 세대가 진실이라고 믿고, 교육 받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대부분 비겁한 비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제 <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는 우리말로 ‘과보호 되고 있는 미국인’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Coddling 은 일반적으로 응석을 다 받아주고 애지중지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며, “어떻게 선한 의도는 나쁜 생각과 만나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나”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나쁜교육> 이라는 한국어 제목이 저자의 의도를 솔직히 드러낸 제목 같기도 하다.
이 책은 현재 미국 대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전한 공간(Safe spaces), 경고문(Trigger warning). 혐오범죄 대응팀(Bias response teams). 감정초청연설 취소 등의 사례를 통해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진영과 만나기를 두려워 하고, 스스로를 다치기 쉽고 위협에 보호 받아야 할 존재만으로 생각하는 i세대와 이를 부추기는 기성세대의 행정 편의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자기 부족들 끼리 울타리를 치고, 다른 의견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미국 대학과 i세대만의 문제일까?
잠깐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이기에 단지 교육문제만으로 한정 할 수가 없다.
저자는 편협한 세대가 만들어 지는 이유로 3가지 '대단한 비진실(Great Untruth)’을 말한다.
유약함의 비진실: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하게 한다.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늘 너의 느낌을 믿어라.
‘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 삶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이의 투쟁이다.
안전주의가 신성하고 절대 가치로 여겨지면서 감정적 불편함이 곧 신변 상의 위험과 동일시 되는 문화, 의도(intent)보다는 영향(impact)를 중시하여 미세공격에 대한 과한 해석, 태곳 적 부족주의를 중폭 시켜 정체성으로 편 가르는 형태 등 3가지 비진실이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낸다.
구체적 사례와 매 챕터마다 이를 정리하는 친절함까지 있어, 572페이지의 두껍고, 800g이 넘는 무거운 책이 생각보다 잘 넘어간다.
물론, 저자가 펼쳐 놓은 이슈들은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는 어려운 문제들이지만...
저자들은 마지막 4장에서 전문분야인 인지행동치료를 활용하여 회복탄력성을 가진 자율적인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몇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전반에 걸친 문제의식이나 통찰 보다는 확실히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 제기에 따른 책임감 있는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편협해지기 편한 시대이다.
자기 편끼리 온라인에서 모여 자기 확신의 벽을 높게 더 높게 쌓기 쉬운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만으로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다.
교육의 목적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데 있지 않다. 교육이란 모름지기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데 뜻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