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일과 소득의 질서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인간은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나도 행복 해지길 바라며 매주 로또 복권 판매점을 들락거린다.
로또 당첨 이후의 삶은 현재보다 훨씬 행복할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일주일 동안 달콤한 꿈을 꾼다.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그 꿈의 핵심은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로운 삶이다.
하지만, 토요일 밤 8시 45분이 지나고 나면 꿈은 산산조각 깨지고 현실로 돌아온다.
돌아온 현실은 가기 싫은 회사에 8시간 이상 매여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하루를 보내는 삶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스템 속 먹고살기 위한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현실에서 오로지 자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동을 통해서는 자기 발전과 자아실현은 언감생심이다.
우리는 어쩌면 회사에서의 자신과 퇴근 후 자신이 다른 가면극의 악순환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이야기했던 노동과 삶이 일치하는 ‘분열 없는 인간’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분열 없는 인간’을 찾을 수 있는 여유는 그나마 다행이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요새 같은 불경기와 저성장 시대에 복지라고 할 만큼 선택받은 쪽에 속한다.
효율성만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자본은 나날이 발전하는 자동화 기술과 만나 인간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하고,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본적인 생계 수단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숨이 막힐 뿐이다.
혹시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경제제도가 ‘분열 없는 인간’과 ‘로봇에게 노동을 넘길 수 있는 인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할 수 없을까?
이 책 <소득의 미래>는 다음 세대 정책실험실 LAB2050 대표이며 경제 평론가로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시는 이원재 대표가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 소득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전망한 책이다.
책이 출간된 시점이 19년 11월쯤이라, 만약 최근에 출간되었다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서는 저자는 어떻게 전망할지 궁금하다.
아마도 <소득의 미래>에서 주장하는 바가 확신으로 더욱 탄탄해지지 않을까…
"회사에서 일한 대가로 소득을 얻고, 생계를 꾸리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노후를 준비한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보통의 삶, 당연한 삶이었다. 그렇다면 10년 후에도 이럴까?"
보통의 삶, 당연한 삶과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처럼 소중했던 적이 없는 시기인지라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전혀 생경하지 않다.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미리 고민하지 못한 게으름에 따가운 일침을 가하듯 구체적인 자료와 사례를 들이밀며 ‘노동소득’이 사라지는 미래. 그것도 코 앞에 닥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20세기 생산과 노동 체제 하에서 인류가 공들여 일군 산업사회 복지국가의 생명력은 빠른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로 인해 호흡기를 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가족의 가장이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나머지 구성원이 살 수 있었던 가부장적 사회 체제와 경제 시스템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또한, 국가의 부는 늘어났지만 그 열매를 분배하는 부의 편중은 더욱 심화되어 소득의 불평등은 문화의 격차를 넘어 신분의 장벽까지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간의 일자리 관점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정보화와 자동화의 잰걸음은 ‘괜찮은 일자리’의 실종을 재촉하고,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된 불안정한 일자리만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의 효율성이 기술의 발전을 만나 자본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지고, 이제는 노동 없이 부가 창출되는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AI 시대에 특이하게도, 인간은 노동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공급함으로써 기업의 이익 창출에 있어 새로운 형태의 기여를 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기존대로 ‘일자리가 최대 복지’라는 신념 하에 여전히 불가능한 완전 고용을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인간의 노동 가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제도를 준비할 것인가?
<소득의 미래>는 결론적으로 국가가 직접 분배에 나서서 최소한의 소득. 즉, 보편적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고, 그 위에 다양한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 임금소득을 얻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논의가 지금부터라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 논의는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포퓰리즘 논쟁이 아닌 미래 시대 비전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로써 <소득의 미래>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할 것 같다.
최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들려오고 있다.
노동 없는 소득은 인간을 게으르게 할 것이고, 공동체 도덕의식에 있어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도 있고, 현실 안주적인 재원 마련의 불가능을 말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경제 위기에 따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해결책이라고 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 기본소득은 새로운 경제와 복지 제도의 논쟁에서 벗어나서 다가올 미래에 인간의 행복과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