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자영업자들의 치열한 생존 이야기
소주 한잔 옆에 두고 읽을 수밖에 없는 자영업 묵시록...
스타트업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규모의 투자와 엑싯 소식, 바다 건너 실리콘밸리 어느 차고에서부터 세계적으로 성공한 IT기업들의 성공 스토리와 관련된 책들만 접하다가 이 책 <내일, 가게 문 닫겠습니다>를 읽고 나니 우주유영을 하다 방구석으로 줌인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니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 일지도 모를 초보 자영업자들의 쓰디쓴 실패담을 엮고, 이를 통해 '긍정의 배신'에 빠지지 않도록 따끔한 깨우침과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책이다.
평소 '창업'이라는 주제는 남의 이야기 일뿐이라며 손에 잡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최근 회사를 나와 일과 일 사이에 서있다 보니 우연히 눈길이 갔고, 읽고 난 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현실을 일깨워준 책이었다.
<송곳>에서 나왔던가? "서있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저자 창플지기 한범구씨는
현재 프랜차이즈 대표를 역임하면서, 15년간 자영업계에 있는 동안 속절없이 쓰러지는 초보 창업자들의 모습을 보고, '창플'이라는 창업 컨설팅을 통해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창플TV'와 네이버 카페 '창플 카페'를 운영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와 모임을 기획하고 있다. 이 책 대부분의 내용도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를 모으고 정리하여 펴낸 것 같다. 책을 덮고 호기심이 생겨 창플 페북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개발자 채용 공고가 눈에 띄었다. 아마, 창업 컨설팅 관련한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골드러시 시대 청바지가 생각난다.
이 책은 초보 소자본 자영업자들의 실패 사례집이다.
창업 시장에 멋모르고 뛰어들어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정신도 잃어버린 사례들을 모아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 왜 그들은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점검하며 저자의 컨설팅이 하니씩 붙어 있는 형식이다.
소위 컨설턴트라는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쓸쓸히 퇴장하는 그들, 장사 공부보다 사람 공부가 더 필요했던 그들, 전문가들과 기술자들이 만들어 놓은 핫플레이스 상권에서 탈탈 털리는 그들, 허울 좋은 바지사장 지위 때문에 과거에 쌓은 이력을 한순간에 망친 그들, 박리다매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들, 창업하기로 한 그 순간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와 의외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모르던 덤벼들었던 그들... 결코 그들이 특별히 못나서도 아니고, 유별나게 순진해서도 아니다. 그 상황에 놓이면 우리 모두가 그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링 위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체급과 훈련, 그리고 상대방의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치열한 준비가 필요한지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창업에 대한 접근은 'Know-How'가 아닌 'Know-Why' 다.
그래야 백종원 대표의 가성비로 대표되는 서민 음식 프랜차이즈를 결코 서민이 창업할 수 없는 이유와 빨래방 같은 시설투자 자영업이 1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 등을 알 수 있다. 즉, 장사라는 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저자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다양한 실패 사례와 구체적인 숫자. 이를 통한 뼈 때리는 현실 조언과 더불어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 이웃들 중에 생존에 성공한 분들의 초보 시절 준비 과정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페이지를 기대해 본다. 물론 책 말미에 칵테일 포차에서부터 시작하여 칵테일바 10여 개를 확장하신 사장님의 대박 스토리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먹을 움켜쥐고 들어 올리기엔 너무 무거워 보인다.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 직장에서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나와야 하는 분들이 본인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장사가 아닌 막다른 길목에서 어쩔 수 없이 창업 시장으로 건너가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개인 스스로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 꼼꼼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시스템과 정책이 실패 후 아픔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시 일어서기 쉽도록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일까?
창업의 마음가짐은 '성공' 보다는 '성장'이다.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작은 시도에서부터 지치지 않는 경험을 통해 '성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어느덧 그 시간들이 하나둘 내공으로 쌓여 '성공'이 찾아와 줄지 모른다.
인생은 한방이 아니라 한걸음부터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