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 현대문학
무라카미 하루키... 당신은 참으로 행복한 소설가입니다.
당신은 삶에 대한 용기와 자유를 보여주는 소설가입니다.
최근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통해서 소설가라는 이름의 직업을 가지게 된 과정과
자신만의 글 쓰는 방식과 원칙 그리고 소설가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라는 글쓰기 장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당신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기에 문장 하나하나가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충분히 자랑할 만한 것들도 애써 겸손이라는 부연 설명으로 숨기려는 수줍은 모습이 티가 나네요.)
20대를 마감하고, 어쩌면 삶의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시기에 야구장에서 2루 타성 타구를 보며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아무 근거도 없이 생각하고 이를 바로 실천에 옮겨 <<군조>> 신인상을 타게 되어 소설가로 입문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왜 야쿠르트의 그 타자가 2루타를 친 것이 그리도 인상적이었나요? 당신의 소설을 읽게 해 준 야쿠르트의 힐턴 선수에게 개인적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은 당신의 글 쓰는 방식이랍니다.
평소 소설가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항상 고뇌하며, 방황하며, 어쩌면 다소 흐트러진 모습으로 삶에 대한 처절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 쓰는 방식 또한 감각적이고 즉흥적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당신은 매우 바른생활적인 범주 안에서 하루에 원고지 20매 분량을 타임카드 찍듯이 작업하고, 초고 이후에 1차, 2차, 3차... 헤아릴 수 없이 계속되는 퇴고를 통해 작업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모습과 양생이라는 본인만의 기준으로 작품을 숙성(?)하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는 그 철저한 자기관리가 직업인으로서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35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나의 業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業 갖기 위한 시간보다, 버티고 유지하는 것에 좀더 방점이 있나봅니다.
그 밖에, 소위 주류 문학계에서 벗어나 있는 당신이(스스로 그렇게 인지하고 있기에) 생각하는 문학상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작품의 오리지낼리티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감히 요약하자면 폴란드 시인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이름이 넘 어렵군요..)의 말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원천에 가 닿기 위해서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흐름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글쓰기의 목적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그리고 소설을 쓰기 위한 강한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비단, 당신의 이야기는 소설가로서 들어서기 위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업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번쯤 본인의 직업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하는 좋은 자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조그마한 강당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문체로 이 책을 쓰셨길래, 나도 따라서 당신께 이야기하듯이 감상을 적었습니다. 정작 쓰고 나니 미칠 듯이 오글거려 죽을 것 같네요.
역시 글은 아무나 쓸 수 없나 봅니다.
다음 작품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