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M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이제 촬영이다. 촬영 당일 프로덕션 스탭분들은 슛 들어가기 몇 시간 전부터 촬영장에 나와 촬영을 준비한다. 촬영을 위해 미리 지어진 세트를 점검하고 촬영 장비를 설치하며 사용될 소품들을 꼼꼼히 확인한다. 여기에 모델 대기실을 체크하고, 클라이언트와 대행사가 사용할 모니터링 부스를 점검하고 나면 비로소 촬영 준비를 마치게 된다.
촬영 시간이 다가오면 모델과 클라이언트, 대행사가 속속들이 모인다. 제작팀이 할 일은 모니터링 부스에서 촬영이 콘티에 맞게 진행되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카메라 앵글이나 전환 속도, 조명의 톤 등이 아이디어의 방향과 일치하는지, 모델의 연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부합하는지 까지도 면밀하게 체크한다.
보통 클라이언트와 기획이 이용하는 모니터링 부스도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클라이언트는 함께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기획팀과(..노고에 박수를..) 상의 후 수정사항을 제작 쪽에 전달할 때도 있다. 제작은 의견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다시 정리하고, 감독님과 협의 후 현장에서 바로 수정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통상적인 촬영 타임테이블을 보면 8시간 정도로 맞춰져 있지만 12시간을 훌쩍 넘기는 밤샘 촬영도 예사다. 여름에는 더위와 벌레, 겨울에는 한기와 싸우게 되며 촬영을 마치면 프로덕션 스탭분들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촬영장을 정리하고 마무리하신다. (도와 드리는 일이 많이 없어 늘 죄송한 마음이다.)
멀찍이 담은 새벽의 촬영장
촬영 단계를 마치고 나면 이제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다. 이때 여러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므로 제작팀(특히 시디님)은 기민하고 세심하게 동분서주하게 된다.
편집실에선 촬영한 영상 소스 중 쓸만한 컷을 골라 가편집을 진행하며 이야기의 시각적 흐름을 잡는다. 이때 영상에 필요한 그래픽 디자인 작업도(2D, 3D) 동시에 이루어진다. 시각적 리듬감, 인지 효과, 감정의 변화 등을 고려하는 고도의 작업이기에 보통 2-3주의 작업시간을 요한다.
녹음실에선 적합한 성우를 모셔다 카피를 녹음하는 한편, 적절한 음악과 효과음을 골라 녹음한 내레이션과 함께 믹싱 하는 작업을 거친다. 필요하면 작곡도 진행한다.
가편집을 거치며 영상물의 구색이 협의되면 색보정 등 마지막 디테일을 다듬고 완성된 녹음본을 얹어 최종 편집을 진행하게 된다. 녹음실, 편집실, 2D, 3D, PD님, 감독님 할 것 없이 납기일까지 최상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게 된다.
완성된 최종본을 받으면 대행사 시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클라이언트 시사를 진행하고 여기서 컨펌이 나면,기획 분들은 작업물을 받아 광고를 온에어 시킨다.
마침내,광고 하나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광고를 지망하며 이곳저곳 배우러 다닐때 이 광고를 내가 만들었노라고 말하는 분들을 종종 보았다. 물론 현업에서 날아다니는 스타플레이어 분들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만큼 민망한 일이 없다. 나의 노력이 과연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합친 것보다 더 가치로운 일일까? 광고도 결국은 수많은 사람들의 팀플레이로 만들어낸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