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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ia de brunch May 07. 2020

[제주일기 16] 여기는 제주인가 LA인가

※ 저는 LA에 고작 3일 출장으로 있어봤으며, 그것도 한인 타운에 주로 있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미드는 주구장창 봐서 캘리포니아는 마치 제 마음의 고향 같습죠.


 제주 살이 한 달 즘 지났을 무렵, 아침에 카풀(이라고 쓰고 그냥 내가 선배 차를 얻어 타는 행위)을 하는 선배와 출근길 서귀포 스타벅스에 들려 드라이브 쓰루에 도전했다. 8시 10분쯤 집에서 나와 서귀포의 현대문명, 도시 문물,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상징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차들이 가는 길을 쫓아가니 스크린 패널을 통해 직원이 주문을 받았고, 우리는 기다렸다가 결제하고 음료를 받았다. 진한 더블샷 아이스 카페라떼를 한 모금 쭉 들이켜니, 도시의 맛이 났다. 순간 잠깐이지만 혀끝에 마천루 빌딩 숲이 스쳐 지나가고 유려한 유리 건물들이 얼음처럼 씹혔다. 아아! 

 “어머! 커피를 마시니 피가 돌아요. 와우!”


 주문한 커피를 건네받고, 차창 밖을 보니 하늘이 높고 쾌청했다. 팜트리는 줄지어 서있고, 태양은 높게 작열하고, 우리는 지금 LA에 있는 기분이라 무반주 웨스트 코스트 리듬으로 어깨춤을 췄다. 마치 LA에서 어린 자녀 둘을 학교에 드롭 오프 해주고, 이제 여유를 즐기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라며. 디스 이스 제주? 이스 디스 LA? 바닷가를 끼고 운전하는 이곳은 말리부? 노우~ 이츠 서귀포! 예~ 랩이 절로 나왔다. 5분 뒤 회사에 도착하면서 힙합정신은 쇼미더머니 예선 탈락자처럼 온 데 간데없이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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