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달 만에 김포공항에 도착해 공항철도를 타고 홍대입구역에 왔다. 홍대입구역에서 남자 친구와 조우하자마자 했던 말이, “오빠, 여기 세련된 젊은 사람들이 아주 많아…….”였다.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러 가는 길에 보이는 지하철역 상가부터 생경했다. 화장품 가게 하나와 던킨도너츠 가게였는데, 두 브랜드 모두 너무 오랜만에 보니 오색의 향연과 난무하는 영어 글씨마저 휘황 찬란 눈이 부셨다. 도시에 처음 온 부시맨의 심정이 이랬을까. 홍대입구역을 이용하는 많은 젊은 남녀들, 도시구나. 유행하는 옷을 차려 입고 화장을 하고 바쁘게 지나가는 젊은이 무리를 너무 오랜만에 봤다. 아니, 제주에 살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자체를 가본 기억이 없었다. 야외에 테이블을 두고 전구 줄을 이어 반짝이는 인테리어의 고기 집만 보고도 우리는 저 정도면 유흥가다라고 말할 지경이었으니.
11월 즈음 서울 출장이 있어 L 호텔에 왔다. 저녁 무렵 회의가 끝나고 밖을 보는데, 건물의 불빛들이 뿜어 나왔다. 우와. 고층빌딩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도심의 야경이라니, 우와. 서울에서 백화점이나 번화가라도 다녀오고 나면 동료들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저……. 오랜만에 서울 가면 촌티 날까 봐 무서워요.” 다들 동의했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가면 내가 그렇게 방앗간 참새처럼 다니던 그곳이 맞나 싶고, 코 베일 것 같았다.
주중엔 제주에, 주말엔 서울에 있다 보면 나는 어디에 사는 사람인가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뜬 회색 인간 같았다. 돌아가야 하는 원점이 제주인지 서울인지 경계가 애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