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를 여행하면서

하늘이 하늘 같은 하늘, 바다가 바다 같은 바다

by CB

세부는 필리핀의 많은 섬들 중 하나이며, 한국인이 많이 찾는 휴양지 중 하나! 그곳을 여행한 후기를 작성한다.

세부의 아름다움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역시 세부는 세부스러웠다.

세부의 모든 모습을 보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첫 번째의 서툰 세부 여행이었고 대표적인 관광명소만을 들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총 4박 5일의 여행이었고 그중 이틀은 나무보다는 건물이 많은 시티에서 시간을 보냈고 나머지 이틀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둘러보지는 못했다.

먼저, 세부의 모습은 보통의 필리핀의 모습이었다. 도시의 중심부에는 많은 건물들이 있었고 높은 건물들이 키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시티를 벗어나 보니 오랜 시간 비를 견뎌온 듯한 나무판자로 지어진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였다. 중심부의 튼튼하고 아름답게 포장된 모습과는 너무나 상이한 모습에 미묘한 감정들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본 세부 중심가의 사람들은 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쇼핑을 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 영화관과 심지어 볼링장도 있었다. 이 것이 내가 해외를 여행하면서 쇼핑몰에 잘 가지 않는 이유이다. 첫날과 마지막 날에만 세부 시티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마지막 날까지도 세부 시티는 첫날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며 이보다 더한 빈부격차가 한 도시 안에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의 차이는 관광객이 만들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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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모습이 마치 두개의 나라에 걸쳐있는 듯 느껴졌다.

첫날은 세부 국제공항에 도착 후 국내선을 타고 오는 친구를 마중하러 갔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습함과 은은하게 땀이 나는 듯한 더위는 세부에 잘 도착을 했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친구를 맞이하는 느낌은 휴가 나온 친구를 만나는 듯이 굉장히 반가웠다. 특히 이 친구는 한국에서 살고 있지 않은 친구이다 보니 이렇게 큰 맘을 먹지 않으면 자주 보지 못했다. 어릴 적에는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막상 떨어져 있다 보니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어서야 도착한 친구와 같이 숙소에 짐을 맡겼다.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체크인이 늦어졌지만 괜찮다. 트러블도 즐길 수 있는 게 여행이지 않은가?


숙소에서 출발해서 세부 시티의 관광지를 둘러보시는 게 첫 일정이었다. 세부는 한국보다 택시가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을 하고 있다. 이제는 외국이더라도 핸드폰 어플로 택시를 불러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그러나 사실 여행자의 주머니를 지켜주는 것을 떠나서 우리가 택시를 애용했던 이유는 무질서한 세부의 교통질서 때문이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자동차들이 복잡하게 신경전을 하며 달리고 있는 난잡한 도로 위에서 우리는 안전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차선이 무의미해진 곳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더위도 피할 수 있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식민지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스페인의 문화와 언어가 남아있는 나라이다. 특히 세부 시티에서는 스페인의 잔재인 성당과 요새가 남아있어 그때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동질감이랄까? 넓은 공간은 아니라서 둘러보는데 날씨 말고는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둘 어보고 싶었다. 그냥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스페인의 남아있는 모습들 좌-산토니뇨 성당, 우-마젤란의 십자가)


더운 나라에서 더위를 즐겨야 하지만 시티는 바다나 계곡이 없기 때문에 세부 시티의 유명한 쇼핑몰 중 하나인 아얄리몰을 가기로 했다. 어느 나라에 가도 마찬가지 겠지만 쇼핑몰에선 그 나라에 대한 느낌을 받는 게 힘들다. 익숙한 브랜드들과 화려한 조명들이 창문 밖의 모습과는 아주 달랐고 그 안에선 세부의 특별함을 찾기 어려웠다. 우리는 기념품만을 구매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갔다. 아직 더위에 적응을 하지 못한 우리는 해가 질 때쯤 숙소에서 나와 맛집으로 향했고 우리가 빈부격차를 충분히 느끼고 가는 동안 배수구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바퀴벌레의 죽음이 여행을 왔구나 상기시켜줬다. 천천히 걸어가는 동안 매우 이색적이며 동남아스러운 식당들에서 사람들의 정겨움도 느꼈다. 세부의 첫인상은 오래 갈듯 했다.


둘째 날부터는 세부의 자연의 모습을 느끼기로 해서 우리는 호핑투어를 하기로 했다. 배를 타고 섬들을 돌아다니며 수영도 하고 스킨스쿠버를 하는 액티비티인데 말로만 들어도 얼마나 아름다운 여행인가. 이 날 바다에서 찍은 사진은 SNS의 프로필 사진으로 자리를 잡았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고 그곳에서 생애 처음으로 스킨스쿠버에 도전하기로 했다.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물속이지만 날고 있는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바다에서 수영하며 아름다운 물고기를 보기 힘들다. 이 날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쿠아리움에 들어가서 수영하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산호와 열대어들, 만지면 쑥스러운 듯 숨는 말미잘들, 넓은 바다에서 시원하게 바람맞으면서 먹는 맥주, 이보다 더 완벽한 조화가 어디 있을까? 가벼운 바람마저도 완벽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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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_055936.jpg 하루 종일 셔터를 멈출 수가 없게 만드는 아름다운 세부스러운 모습들

셋째 날은 가와산에서 캐녀닝을 진행했다. 캐녀닝이라는 것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신종 스포츠이다. 이 날은 캐녀닝이란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 날이었는데 운 좋게도 이 곳은 세계 3대 캐녀닝의 장소 중 하나인 가와산이라는 것이었다. 세계 모든 테마파크가 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캐녀닝이 진행되는 4시간 동안 모든 공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내가 움직이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짧은 시간만을 머물고 가기엔 이곳은 너무 거대했고 눈에 모두 담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잊지 못할 모습들이 오랫동안 나의 머리에 남아 있기를 바라며 사진을 찍었다. 높은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고 절경에서는 사진을 찍고 매끄러운 바위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석회질이 섞인 뿌연 에메랄드 빛의 계곡물이 처음에는 차가웠다. 그 차가움에 처음에는 입수를 망설였지만 그 망설임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 차갑던 계곡의 물은 다이빙을 하는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기도 하고 더운 날씨를 잊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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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서 캐녀닝을 즐기는 사람들

정리를 하면 세부란? 영화 같은 자연의 모습과 필리핀의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너무나 고마웠고 행복했다. 다만 그 모습들이 다른 모습으로 바뀔게 될까 두려운 마음에 걱정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 넓고 맑은 바다 위에 도시의 쓰레기가 떠다니지 않기를 나도 모르게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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