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 걸 알게 된 날

by CB

'2024년 8월 26일 아빠가 되었음을 알게 됐다.

속초로 바다 여행을 온 지 2일째 되는 날 아내가 작은 박스 하나를 탁자 위에 꺼내뒀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웃으며 그냥 들고 가버렸는데 언듯 보기에 미용도구처럼 보여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숙소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하고 난 후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작은 소파가 있어 TV를 마주 보고 앉아있었는데 아내가 조금 전 보았던 그 작은 박스를 다시 꺼내 들며 말했다.

"이게 뭔지 궁금하다고 했지?"

아내는 알려주고 싶다는 반짝이는 눈빛을 내게 보냈고 나는 무미건조하게 아내의 취미가 무엇인지 들을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작은 박스를 열고 내용물을 보여 줬을 땐 그 순간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손톱을 예쁘게 꾸며주기 위한 스티커가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임신테스트기가 들어있는 게 보였다.

수일 동안 아내는 혼자 테스트해 본 듯 여러 개의 임신테스트기가 있었고 한 줄이 희미했다가 점점 짙어진 모습이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확신을 주었다. 혹시나 잘못되지는 않을까 혼자서 걱정하다 이제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아내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 순간 아내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마치 강아지가 칭찬을 바라듯이 나를 보면 '어때 나 잘했지?' 하는 모습에 아내를 안아주며 고맙다고 얘기했다.

아이를 갖자는 계획을 하기 전까지 본인의 인생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한 아내였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러쿵저러쿵 임신테스트기를 설명하며 이미 조리원까지 알아본걸 보니 분명히 좋은 엄마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아내는 태몽이었다고 생각하는 꿈이 있는데 그날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태몽의 내용도 아주 아내스러웠다. 며칠 전 꿈에 평소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인 토토로가 잘 놀다가 아내의 품에 와서 포옥 안겼다고 한다. 귀여웠다. 꿈이 희한해서 아내는 잠에서 깨어 뒤척였고 부스럭거리는 아내의 인기척에 나 또한 잠에서 깨서 잠꼬대하듯 아내에게 내가 꾸고 있던 꿈을 이야기했다.

"놀이동산에 놀러 가서 성인 둘 그리고 아이 티켓까지 구매했는데 잠에서 깨버렸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만을 믿는 나에게 꿈은 그저 나의 기억과 상상력일 뿐인데, 너무 놀랍고 신기한 꿈이었다.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신기해하는 오늘만은 삼신할매를 믿어보기로 한다.

아이가 생긴 걸 알게 된 후, 아내의 배는 아이가 생기기 전과 육안으로는 동일해 보였지만 그 안에 새로운 생명이 그리고 우리의 아기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적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