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봤고 SNS나 여러 블로그에서도 봤었다.
하지만 그게 나의 이야기가 되면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인지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마냥 기뻤고 아내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뱃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입덧으로 인한 고생길이 시작된 아내를 보면서 마냥 행복해 할 수는 없었다.
아내는 하루종일 멀미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테마파크에 놀러 가면 놀이기구 한번 타고 멀미가 멈출 때까지 30분은 고생했던 나였기에, 하루 종일 멀미와 씨름을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행복의 시작인 줄 알았지만 뱃속의 아이를 키우느라 밤샘야근을 하듯 고생을 하는 아내를 보니 회사일이 힘들다고 투덜거렸던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
마라탕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던 아내였는데 이제는 현미누룽지 한 봉지를 다 비워낼 때까지 아침에 일어나면 누룽지를 찾아 끓이고 가뜩이나 말랐던 아내의 몸무게가 점점 빠지는 상황에 간절하게 입덧이 끝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당근마켓으로 아이를 위해 물품을 구경하던 아내의 소소한 재미가 끊어졌다. 신생아를 위한 침대 하나를 구입하면서 아내도 나름 재미를 느끼고 행복해했던 거 같았는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아내는 벌써 지친듯해 보였다. 여기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래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고 누룽지를 끓여 와주는 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입덧으로 고생했던 일들도 추억으로 그땐 그랬지 하며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다행히 아내가 마실 수 있는 음료 하나를 찾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행복하게 다시 아기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날이 오겠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