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4개월을 조금 넘겼다. 낭창낭창 휘적거리던 팔로 이제는 나의 멱살을 꼭 쥐어 잡는다. 만지면 부러질 듯 약하고 말랐던 그 아이는 이제 소아과에서 분유량을 줄이라고 처방할 만큼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아이가 이제 방긋 웃는다. 어떨 때는 꺄르륵 소리를 내면서 웃기도 하고 옹알이도 시작했다. 그동안은 아무 감정 변화 없이 쳐다보고 있어 그냥 생명체를 기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가족이 된 아들과 함께 하루는 보내는 느낌이다. 아직은 목을 어설프게 가누지만 목도 곧 완전하게 가누고 의자에 앉아 있을 걸 생각하면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아이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주는 동안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분유를 타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 따위는 순식간에 해치우고 목욕도 아내의 도움 없이 후다닥 할 수 있는 육아 고수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의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이 육아 4개월이 지나면서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다. 지금 까지는 아이를 보살피는 것만 해도 하루가 뚝딱 사라지고 다시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의 반복이었는데 여유 시간이 조금씩 생기니 생각할 시간이 늘어났다. 생각은 고로 걱정과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4개월 차 육아 보고서는 나의 걱정을 정리하는 것으로 채워질 것 같다.
아이가 생기면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건 집을 옮기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내와 신혼을 시작했던 10평 정도의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거실과 안방의 대부분이 아이짐으로 차버렸다. 더 큰집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전세 계약도 새로 맺었다. 내 통장은 잘못된 투자로 인하여 현금보다는 신용대출이 많은 상태인데 이까짓 돈걱정보다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욕심이었을까, 생각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냉장고와 세탁기도 구매해야 하고 중개사 비용에 이사비까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유일한 수입인 육아휴직급여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준비한 신생아버팀목전세대출은 주택도시기금과 은행의 견해 차이로 이용하지 못하고 다른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육아휴직을 조기에 복귀할까도 고민해 보지만 아직은 아내 혼자 아이를 온전히 살피는 게 어려워 보인다. 그저 아이 밥 주고, 재우고, 씻기고 반복할 때는 신경 쓰지 못한 부분들이 가장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과 부담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내 머릿속에 새겨 넣어준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려고 한다. 내가 애쓴다고 달라질 수 없는 경제적인 부분의 걱정은 덜어내고 조금씩 생기는 여유시간에 회사복직을 위해 영어공부도 하고 가족의 미래를 위해 경제공부도 하면서 지내려 한다. 대출이나 육아휴직 급여는 내가 어찌할 수 없다. 걱정만 늘어놔 봤자 스트레스는 주변 사람에게 전파될 것 같다. 그냥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거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아이도 어느 정도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되고 나도 복직해서 따박따박 월급을 통장에 꽂아 넣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때론 너무 많은 걱정과 스트레스에 휩싸이곤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주변사람에게 전파된다. 이게 나의 단점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줄 수 없이 하는 걱정이라면 잠시 내려놓고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육아 4개월 차를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