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것

by 글쓰는낭만이

오늘도 아침부터 다시 돌아가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다. 일상은 늘 그렇듯 빠르게 지나가고, 나도 그 안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문득,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는 잊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나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예전에는 절대 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사람들, 말들이, 어느새 희미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조차 사라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멈춰서게 되었다.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그게 단순히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의미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무리 중요하게 여겼던 순간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다른 것들이 차지하고, 결국은 그 순간조차 내 안에서 자리를 잃어간다. 그게 슬프거나 아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모든 게 지나가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채워진다는 사실.


어떤 사람들은 잊혀지는 것들을 아쉬워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을 받아들인다. 나는 후자 쪽에 가깝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게 사실이니까. 잊혀진다고 해서 그 순간들이 가치 없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나고 나서야 그 기억들의 중요성을 더 잘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들이 주었던 의미가 내 안에서 서서히 스며들고, 그때의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잊혀지는 것들은 내 인생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의 조각들이 사라져가면서, 그 자리에 더 나은, 더 풍성한 경험들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잊혀진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부분들이었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하나의 순간을 잊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잊은 채 살아가면서도, 나는 그게 더 나은 나로 거듭나게 하는 과정임을 느낀다. 어쩌면 잊혀지는 것들이 결국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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