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속 감정

by 글쓰는낭만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물건을 만지고, 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커피잔, 책, 스마트폰, 지갑, 그리고 옷. 이 물건들은 그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때때로 나는 이 물건들이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내 방에 놓여 있는 오래된 책상이다. 처음에는 그냥 실용적인 물건으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책상은 단순한 가구 이상이 되었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던 방에 이 책상을 놓았을 때의 기억. 그때는 뭔가 어색하고 어둡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글을 쓰고, 때로는 생각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제 이 책상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물리적으로는 그저 나무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내게는 추억과 감정이 깃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오래된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이 카메라는 내가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그 당시엔 사진을 찍는 게 그렇게 멋져 보였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다 해주니까 카메라는 거의 박물관처럼 한 구석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 카메라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건 아버지와의 첫 여행. 그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은 이제 많이 흐릿해졌고, 그 속의 풍경도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그 카메라는 그 순간들을 고스란히 기억하게 해준다. 지금은 오래된 물건이지만, 그 물건 속에 담긴 감정은 결코 오래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자주 물건들을 단순한 도구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물건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그 안에 우리의 감정이 스며들고, 그 물건을 만질 때마다 그때의 기억과 기분이 함께 떠오른다. 그렇게 물건은 단순히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조각이 된다. 가끔은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면서도 생각에 잠긴다. 이 물건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왜 내가 이 물건을 오래 두고 있는지. 이제는 사용하지 않지만, 왜 버리지 못하는지. 그렇게 물건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하며 나는 그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본다. 물건은 결국 그 시간의 증거들이며, 그 속에는 우리가 놓쳤던 작은 감정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그 물건들을 통해서만, 지나온 나의 이야기를 되새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물건을 한 번 더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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