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흔적

by 글쓰는낭만이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는 소리들이 많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냥 지나치는 소리 속에서, 우리는 그 소리들이 남긴 감정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한 번 더 들여다보면, 그 소리들은 우리에게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기도 하며, 때로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이 소리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듣던 소리였다. 어릴 적 여름이면 할머니 집에 가서 아침마다 일어나면 들려왔던 소리였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언제나 나에게 뭔가 새로움과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도 그 소리를 들을 때면, 알 수 없는 따뜻한 기억이 마음 속에서 떠오른다. 어떤 특별한 감정이 생기기 보다는, 그저 “이제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며든다.


반면, 밤에 들리는 골목길의 발자국 소리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소리는 뭔가 불안하고 고요한 밤에 고독을 더하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쳤던 소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발자국 소리가 나에게는 조금 씁쓸하고, 혼자인 느낌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문득, 내가 어느 순간부터 밤의 정적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요한 밤의 소리들은 때로 나를 괴롭히고, 때로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무심코 지나가는 소리들 속에, 그동안 억눌러온 감정이나 기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들리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커피숍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사실은 내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소리들이 때로는 나에게 격려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억누르고 싶었던 감정들을 되살리기도 한다. 이처럼 소리는 단순한 물리적인 진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소리 속에 깃든 감정이나 추억은 언제나 나를 특정 순간으로 데려가곤 한다.


나는 종종 혼자 있을 때, 의도적으로 소음을 피하려고 한다. 그럴 때, 나는 고요함 속에서 내 안의 소리, 즉 내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 내가 잠시 멈추고 나면, 내 안에서 나는 생각과 감정들이 소리처럼 들려오는 것 같아 신기하다. 때로는 그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숨 막힐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그 소리가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소리,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자극이 아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감지하는 모든 소리는, 우리 각자의 감정의 언어처럼 나와 소통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그 소리들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며, 숨겨졌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들려오는 소리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 속에서 나만의 작은 이야기를 찾아본다. 그리고 그 소리들이 내게 남긴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우리가 놓치는 소리들 속에, 사실은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중요한 것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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