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낀느 Jan 03. 2024

나만 알고 싶지 않은 맛집 "고바야시 돈까스"


일본의 노포(老鋪: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는 가끔 선뜩할 정도로 긴 역사를 가졌다. 

남편과 같이 갔던 미키악기(三木楽器)는 1825년 창업이었다. 대체 당시에는 어떤 악기를 팔았을까? 그리고 이백 년 동안 어떻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는 이백 년 동안 계속된 가게가 있을까?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역사가 주는 힘은 절대 가볍게 보아서 안 된다.     


고바야시 돈까스

1930년 창업. 

https://maps.app.goo.gl/v7f9x7QZwwmNSiKA6


‘나만 알고 싶은 인생 돈까스집’ 글을 보고 찾아갔다.

결론은 ‘최고!’

일본이 튀김 잘하고, 돈까스도 먹어볼 만한 메뉴이지만 이 집은 내가 먹어본 중에 가장 탁월한 맛이었다.

일반 돈까스도 괜찮지만, 각 지역별 돼지고기로 만든 이천 엔 이상 하는 로스 카츠를 맛보시라. 물론 나도 다시 가서 다른 메뉴를 먹어보려 한다.     


https://tonkatsu-kobayashi.com/menu/index.html    



* 일본인들은 왜 쌀밥을 고봉으로 수북하게 먹을까?
밥집이나 술집에서 일본인들은 대부분 쌀밥을 같이 먹는다. 한 그릇 가득 먹고, 또 시켜 먹는다. 샐러드만 먹고살 것 같은 가늘가늘한 아가씨들도 고봉밥을 먹는다. 
“밥 추가하면 공짜인가요?”
돈까스 가게에서 사람들마다 밥을 추가로 시켜서 점원에게 물어봤더니, 웃으면서 공짜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본 TV에서 ‘인생 백 년 시대’란 광고를 보았다. 뽀얗게 하얀 쌀밥 많이 먹고 일본인들은 이제 백 년을 사는 시대가 되어 간다. 그럼 잡곡밥과 현미가 주식이 되어 가는 우리는 어떨까. 흰쌀밥 먹으면 일찍 죽는 줄 아는데. 참 아리송한 문제이다.          


오마츠, 고기구이집

https://maps.app.goo.gl/XXa35AgzK1abvyh79    


연말연시에는 일본의 많은 식당이 닫는다. 점찍어 놓았던 곳들이 여러 군데 문을 닫아 실망했다. 이 식당도 우리가 가려했던 야키도리집이 문 닫아 부근을 어슬렁거리다 이 집에 들어가던 한 한국인 가족을 만나 함께 들어갔다.

“이 집 맛있어요. 저희 어제 왔다가 또 왔어요.”

란 말에 첫날 먹고, 셋째 날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 우리도 또 갔다. 바야흐로 이제 우메다역에 단골집도 생겼다.    

  


대중적인 고깃집이라 저렴한 가격에 갖가지 고기를 구워 먹어볼 수 있다. 나는 거기서 내장튀김은 처음 먹어봤는데, 묘한 식감이지만 한 번쯤 먹어볼 만했다. 무엇보다 모둠 김치가 있어 고기가 느끼하지 않았다. 완두콩과 김치와 토마토 때문에 이것저것 맛볼 수 있었다.     

 

가게에서 추천하는 메뉴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것들이 삼겹살보다 비싸지만 맛있었다. 우리는 대개 아무 양념이 되지 않은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즐기지만, 간혹 달다구리 고기가 땡길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집의 고기는 모두 같은 양념을 해서 나중에는 좀 질린다. 그래도 나중에 가족들이랑 여럿이 오면 다시 찾고 싶은 가게이다.     

  



맛있는 집은 함께 나누고 싶다.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라 소개하는 사람의 속뜻은 ‘나만 알고 싶지 않고 당신과 나누고 싶은 집’ 일 것이다.      

 이번 여행은 식사 면에서는 좀 아쉽다. 연말에 닫는 집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예상 이상이었다. 살아온 시간만큼 먹은 밥그릇 수가 많아서 나는 혼자 입맛이 까다롭다. 굳이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걸 아는 남편은 묻는다.

“다시 온다? 안 온다?”

“온다.”

우메다역에는 차차 나누고 싶은 밥집이 많아질 것이다. 기대하시라.

매거진의 이전글 오사카 시내 가까운 ‘후시오카쿠 온천여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