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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Jan 04. 2024

위치만 끝내준 한큐 레스파이어 호텔


이제까지 오사카에 가면 난바 부근에 머물렀다. 이번에 처음 우메다역 부근에서 하루 먹고 자고 했는데, 여러 가지로 편해서 다음부터는 우메다역 호텔에서 하루 자고 일정을 시작하려 한다. 제주에서 오사카 가는 비행기는 오후 4시에 출발한다. 간사이 공항에서 우메다역까지는 교통수단이 다양하지만, 45분 걸리는 하루카를 선호하고, 나이도 있으니 지정석을 예매했다. 하루카 타고 시내 가면, 저녁 8시가 넘는다. 늦은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우메다역 주변은 일본 여행의 첫날밤을 뿌듯하게 즐기기 위한 안성맞춤 동네였다.

               

우리는 산골에 사니 가끔 대도시 번화가나 백화점에 가서 하루 이틀 노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이틀만 지나도 서귀포의 정적이 간절해지지만, 가끔 누리는 도시의 기억은 생생한 자극이 된다.

“사람도 많고, 멋진 물건이 수두룩하니 좋구먼.”

하며 싱글거린다.     


한큐 레스파이어 호텔     


우연히 리뷰에서 모든 사람이 추천하는, 역 바로 코앞 호텔을 알았다. 코로나 시기에 새로 생긴 호텔이라는데, 위치는 큭큭 웃음이 날 정도로 끝내줬다. 

“가보고 괜찮으면 앞으로 올 때마다 여기 묵읍시다!”

할 만큼 기대했던 호텔이었다. 고층을 원했는데, 내가 예약한 방은 23층까지 갈 수 있는 방이었다. 그 위는 만 원쯤 더 비싸다. 


12~23층 : 평일 조식 포함 18,000엔 남짓

24~29층 : 19,000엔

30층 이상 : 20,000엔 

물론 12월 31일은 성수기라 나는 22층에 저 금액의 배를 치러야 했다.   

  

호텔 객실 : 산뜻하지만 좁다. 화장실이 별도로 있다. 

조식 : 후지진 않은데, 딱히 이것 맛있는데 싶은 게 없다.

고층에서는 뷰가 훌륭하다는데, 22층에서 보는 야간 뷰는 평범했다. 

즉 호텔 위치 빼고 나머지는 매력이 없다.  


더구나 호텔은 큰 실수를 했다. 밝힐까 말까 망설였지만, 겪은 대로 말하기로 한다.

샤워하고 목욕 타올로 몸을 닦으려고 펼친 순간, 커다랗고 시커먼 것이 눈에 띄어 거미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다시 보니 그것은 머리카락 뭉치였다. 다시 생각해도 역겨울 만큼 커다랗게 뭉쳐진 덩어리.


당연히 호텔에 컴플레인했다. 자기들도 이런 건 처음 보았다며, 당황해서 나에게 휴대용 목욕 세트를 주려 했는데, 필요 없다고 받지 않았다. 일본인답게 몇 번 정중하게 사과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기라도 하면 어쩔뻔했나. 내가 담당자라면 다시는 이 문제에 대해 SNS에서 거론하지 않기로 약속받고, 무료 식사권이라도 주었을 것이다. 

연말연시. 프런트도 사람으로 넘쳤고, 혼잡해서 정신없었겠지만, 청결은 호텔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호텔 위치는 여행의 기본 요건이라, 다음 여행에서도 이 호텔을 이용할지 말지 고려 중이다.    


                

우메다역 풍경.      


1.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길래 뭔가 싶었더니 광고판의 BTS 지민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들이었다. 

2. 눈이 쌓일 정도로 오지 않는 오사카 사람들을 위한 우메다역 앞의 스케이트장

3. 역 앞 거리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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