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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Jan 05. 2024

아직도 일본에 쇼핑하러 가세요?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35년이 지났다. 90년대 우리 어머니 세대의 일본 여행이 지금도 선연하게 떠오른다. 

시세이도 화장품, 코끼리 표 밥솥, 의약품과 속옷 등. 바리바리 싸 들고 힘들어도 좋은 물건 산 기쁨에 환한 얼굴을 하셨던 어머니들이 참 이해 가지 않았다.     


일본에서 태어난 내가 다시 일본 여행을 간 것은 94년쯤이다. 친구네가 오사카에서 유학 중이라 그 집에 놀러 간 것이다. 그때부터 30년 동안 30번쯤 일본에 가지 않았을까. 딸이 동경에서 유학할 때, 유학 준비할 때는 꽤 자주 오갔으니.     


나는 힘이 세지 않아 요령껏 짐을 싸는 스타일이다. 대개의 여행에선 배낭 하나 메고 다니고, 3박 4일 이상은 기내용 트렁크를 들고 다닌다. 해외여행에서 짐을 부치는 것은 한 달 이상 기간일 때이다.

그러니 선물 사고 싶어도 많이 살 수도 없고, 워낙 들고 다니기를 성가셔해서 꼭 필요한 선물은 돌아올 때 공항에서 해결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산 물건은 

남편의 드럼 연주를 위한 스틱과 몇 가지 액세서리

드럭 스토어에서, 부탁받은 시세도 파운데이션

내 학생들에게 줄 필기구와 공항에서 동전 털어 산 과자

공항에서, 강아지들 돌보아 주신 분께 드릴 사께

동전 파스 선물을 다들 좋아한다길래 남편 직원들을 위해서 몇 개     


그래서 기내용 캐리어에 다 들어갔고, 공항에서 산 사케와 과자만 따로 들고 왔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만나는 한국 사람마다 너무나 많은 물건을 들고 귀국해서 의아했다. 늙은이들보다 젊은이들이 더 쇼핑 짐이 컸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물건 품질이 낮아 우수한 일본 제품을 보면 탐이 났지만, 이제 우리의 전자제품이나 화장품, 의약품들도 세계적이지 않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짐을 구경한다. 

“승객 여러분, 지금 기내에 많은 짐들이 들어오고 있으니….”

승무원이 안내할 정도로, 모두 영차영차 커다란 짐을 들고 주위에 부딪쳐 가면서 자리를 찾고 있다. 면세 제품은 투명 비닐에 밀봉해서 담아주어 품목이 다 보였다. 사론 파스와 다양한 과자들, 화장품들이 고스란히 비친다. 별거 없었다. 저걸 왜 일본 제품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용 잡화들이다.  

    



“이제 내 꺼 에르메스하고 선물만 사면 되겠다.”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국인 아줌마의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남편과 나는 눈길이 마주쳤다. 오래 잊히지 않는 말이다. 

    

갖고 싶은 것 있으면 악착같이 성취해서 얻는 성질이라, 만일 내게도 명품 취미가 있었다면 지금쯤 다양한 컬렉션을 뽐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자매나 자녀와 조카들, 우리 집안 식구들은 아무도 명품 취미가 없다. 연봉 몇억씩 받는 이도 명품 찾지 않는 걸 보면, 명품 취미는 수입에 비례하진 않는 듯하다.  

   

나는 욕구가 없어 에르메스 찾지 않고 살아왔지만, 취미가 있는 사람이 하나씩 사 모으는 게 뭐 어때서.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못한다. 

명품.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을까.     

 

쇼핑과 명품 구입이 일본 여행의 목적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사러 가는 여행이다. 지 돈 지가 쓰는데 남이 뭐라 할 건 아니지만, 해도 너무 한다 싶다. 좀 적당히 하자.     


사진 : livejapan.com     


* 일본 여행기 마칩니다.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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