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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Jan 02. 2024

오사카 시내 가까운 ‘후시오카쿠 온천여관’


여행에서 방금 돌아왔다. 3박 4일 일본 오사카지방. 그새 해가 바뀌었다. 

원래 3월에 남편과 스페인 여행을 한 열흘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뉴욕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낯선 나라를 단 열흘에 다녀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스페인이나 프랑스는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자세히 겪어보고 싶어 우리의 은퇴 후, 즉 몇 년 후로 미루자고 내가 건의했다. 마침 남편의 일도 3월에 다시 바빠질 전망이라, 취소하든지 미루든지 해야 했다. 

거기에는 리스크가 있었다. 몇 년 사이에 우리의 건강이 나빠지든지 하면 영영 못 가볼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 또한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은 날이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살아간다.   

 

대신 우리는 제주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오사카 부근에만 일 년에 두어 번 시간 나는 대로 가려한다. 일본은 우리 둘 다 워낙 편해하고, 나는 일본의 노천온천 마니아라 언제든 갈 곳이 있었다. 직항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오사카역에서 신칸센 타고 규슈에 다녀올까도 검토했지만, 그것도 관뒀다. 여행은 시간이다. 짧은 여행에 이동에만 긴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이다. 규슈 직항이 개통되기만 기다린다.     


이번에는 오사카 근교 온천에서 2박 하고, 오사카 시내 우메다역 부근에서 하루 잤다.    

   

후시오카쿠 온천

https://www.fushioukaku.co.jp/     


두 달 전 연말에 갈 수 있는 오사카 온천을 검색하다,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하나 남은 숙소를 발견하고 바로 예약해버렸다.      



객실에 딸린 노천탕. 온천물은 아니다. 오른쪽은 일본 새해의 장식 떡. 카가미모찌.


장점


1. 가성비 좋은 온천 여관


일반적으로 온천 여관이 40만 원대부터 출발하는데, 평일에는 20만 원 이하로도 가능하다. 물론 우리는 연말연시 성수기라 30만 원이 넘었다. 1일 2식 포함이다.     

 

2. 우메다역(JR 오사카역)에서 한큐 다카라즈카선 열차로 20분이 안 걸린다. 이케다역에 내리면, 온천의 셔틀버스를 예약해서 탈 수 있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지역 버스를 타도 된다. 14분. 그러니 시내 중심에서 걷는 시간 포함 한 시간이 안 걸린다.      


우리는 둘째 날 컵라면 박물관에 가려 했는데, 연말연시 휴관이라 오사카 시내에 나와 사전에 검색해 둔 악기점을 두 군데 갔다. 집에 드럼 세트가 있는데, 남편이 요즘 드럼에 한창 취미를 붙여 매일 연습 중이라 소소한 액세서리를 구입했다.      

그러니, 온천에 머물면서도 시내에 나와 쇼핑과 맛집을 즐기다 다시 오후에 들어가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 가능한 곳이다. 이것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3. 가장 큰 장점, 노천온천     


가성비 좋고, 교통만 좋다고 온천에 가지는 않는다. 후시오카쿠의 가장 큰 매력은 노천온천이었다.     

한 일본 온천 마니아는 온천물의 성분까지 깐깐하게 따질 정도로 전문가였다. 나는 성분은 관심 없고, 물의 촉감과 노천온천의 분위기가 더 관심 갔다. 후시오카쿠 여탕은 탕이 셋이었다. 정원이 꽤 넓었고, 10월 벚꽃과 동백꽃이 조금 남아있었다. 다행히 오사카의 기온은 서귀포와 비슷했다. 5~6도의 날씨에 뜨거운 물에 앉아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꽃과 나무, 돌 사이로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을 보는 느낌이 근사했다. 겨울 노천온천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곳이다.     


단점     

그림은 그럴듯하지만, 탁월한 맛은 없던 석식. 일본어 메뉴판은 여전히 어렵다. 번역기도 큰 도움 안된다.



여행 전 리뷰들을 읽어보면서, 이곳의 가장 큰 단점이 식사라는 것을 알았다. 

조식. 심심함의 극치인 아침 식사를 두 번 해보니,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석식. 가지 수는 많은데, 포인트가 되는 음식이 없다. 험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다. 

그래서 입이 까다로운 미식가인 경우에는 우메다역의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든지 사들고 들어오는 게 나을 것이다.

우리도 첫날은 시내에서 흐뭇하게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숙소에 들어왔다.     




‘나는 왜 여행을 가는가.’

다시 질문을 던진 여행이었다.

매일 서귀포에서 2.5km 떨어진 일터에 오가며 지내다 보면 심심하다. 변함없는 거리 풍경, 자극적인 모습 없는 사람들의 순한 옷차림. 편안하지만 불현듯 다른 거리, 다른 모습들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솟는다. 제주도에 산다고 매일 바닷가에 내려가 산책하거나 산에 오를 수는 없으니까.      


나는 좀 다른 곳, 다른 사람, 다른 거리를 보는 것이 좋다. 일본의 편리한 철도 시스템, 특이한 옷차림들에 웃는다. 마주치는 한국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나는 여행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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