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도 나는 지루하게 하루를 견디기보다, 뭐 좀 재미있는 거 없나 하고 찾는 편이다. 여행을 갔으니 더욱 그렇다. 먹고 마시고 걷는 것도 좋지만, 둘레둘레 주위를 돌아보며 특별한 이벤트는 없는지 찾아본다.
일본어는 평생 하면서도 제자리다. 글자는 보지만, 대화는 초보. 올해 들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주일에 한 번 일본인과 줌으로 그룹 수업을 시작했다. 중급반이라 모두 잘하는 분들. 창피한 실력이라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래서 교토 여행 중, 혹시 일본인과 대화하는 하루 수업이 없나 하고 찾아봤다. 있다!
교토 국제 교류 협회에 외국인 대상의 일본어 수업이 있었다.
https://www.kcif.or.jp/web/kr/classes/japaneseclasses/
90분에 200엔. 이렇게 저렴한 일본어 수업이라니. 사전 신청도 필요 없어, 일정 중에 아무 준비 없이 찾아갔다. 지하철 도자이선의 게아게 역(蹴上駅)에 내려 큰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어라, 내가 아는 길이네.’
지난 번 여행에서 교토 블루보틀을 찾아가느라 가봤던 길이다.
수업 20분 전에 도착하여, 신청서 적고, 레벨도 적고 기다렸다. 여행 중인 서양인들과 아마도 현지에 사는 한국인 아주머니,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 몇 십 명이 보였다. 나중에 들으니 중국인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시간이 되니 각 반 선생님이 오늘 수업할 학생들 이름을 불렀다. 학생은 반별 2~4명. 넓은 홀의 테이블에서 수업하는데, 모두 나지막한 소리로 이야기 나누니 그리 시끄럽지 않았다.
내 선생님은 야마구치 아사코(山口朝子). 50대의 상냥한 분으로, 매우 열성적이었다. 무려 A4용지 10장을 써내려 가며 한자와 단어를 알려줄 정도였다. 나는 미얀마에서 일하러 온 아가씨 한 명과 했다. 미얀마 사람은 처음 만났고, 그 나라 글자도 처음 보았다. 그녀는 젊은이답게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가했지만, 몇몇 발음은 잘 알아듣기 힘들었다. 셋이서 웃으며 유쾌하게 90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에 또 참가하고 싶은 수업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선생님들은 자원봉사자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교육을 받았더라도 전문적인 어학 강사는 아니다. 체계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가볍게 현지인과 대화 나눌 기회를 갖고 싶다면 추천한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교토의 블루보틀을 오가는 길에 시간이 맞고,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면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협회(KOKOKA)에서 하는 온라인 일본어 교습이 있다고 해서 그것도 신청했다.
3개월에 한 번 2,500엔 어플 사용료. 1회 수업 40분에 500엔.
그러니 3개월에 10번 수업한다면 40분 수업에 대략 750엔이 든다. 나는 지난 일요일에 수업했고, 다음 주에 또 예약되어 있다. 온라인수업은 인기가 많아, 지금 빈 시간이 없는데, 빈 시간이 생기면 이렇게 이메일이 오고, 얼른 예약을 마치면 사이트에 내 예약이 뜬다. 앞으로도 짬 날 때마다 해보려 한다.
어학 공부는 회화의 경우 나도 다양한 줌 수업을 해보았지만, 여간 실력 있는 선생이 아니고서야 체계적인 가르침이 이루어지기 좀 힘들다. 더구나 선생이 자꾸 바뀐다면? 실력 향상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읽기와 말하기의 갭이 너무 커서 일단은 무조건 현지인과 말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나는 내내 수업하는 사람이라 사실 말하기를 좀 귀찮아한다. 그래서 일부러 해보는 시도이다.